싱가포르, 대체육 허브 노린다…‘식품의 실리콘밸리’ 부상

입력 2021-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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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기. AP뉴시스
▲싱가포르 국기. AP뉴시스
싱가포르가 적극적으로 대체육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식품계 실리콘밸리’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최근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2월 미국 푸드테크 기업 잇저스트(Eat Just)가 세포를 배양해 만든 닭고기를 식품으로 승인했다. 이전부터 식물로 만들어진 대체육이 판매됐지만, 배양육을 인정한 것은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다. 그만큼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싱가포르는 최근 식품 안보 확보 차원에서 푸드테크 기업들을 육성하고 있다. 앞서 2019년에 오는 2030년까지 자국의 식량 자립도를 현재의 10%에서 30%로 높인다는 이른바 ‘30 by 30’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04년 30곳 정도에 그쳤던 수입처를 170여 개국과 지역으로 대폭 늘리면서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대체육 산업이다.

▲잇저스트의 세포 배양 닭고기로 만든 치킨 조각. 출처 잇저스트
▲잇저스트의 세포 배양 닭고기로 만든 치킨 조각. 출처 잇저스트
싱가포르는 2025년까지 관련 식품 기술 연구·개발(R&D)에 1억700만 달러(약 123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 4월에는 대체육 안전성을 연구하고 푸드테크 기업들의 R&D를 지원하기 위한 ‘퓨처 레디 푸드 세이프티 허브(Future Ready Food Safety Hub)’도 신설했다. 이와 별개로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NTU)은 오는 9월부터 비영리 식품연구기관인 GFI APAC와 함께 학생들에게 대체육과 대체단백질 기술과 산업 전반을 다루는 1학기 과정의 수업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처럼 싱가포르가 푸드테크, 특히 대체육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19년 유엔은 약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식량 안보 불안전성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 세계 인구의 8분의 1 정도가 식량 안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 중 3억5000명은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추산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는 전 세계 국가들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의 아일린 수프리야디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이 가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들이 식품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의 식량안보 지수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9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다. 하지만 좁은 국가 면적과 한정적 자원을 가진 싱가포르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푸드테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다 보니 업계에서도 호평이 이어진다.

싱가포르 대체육 업체 넥스트젠(Next Gen) 공동창업자의 안드레 메네즈는 “싱가포르가 푸드테크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면서 “현재 45개가 넘는 레스토랑에서 대체육이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콩을 기반으로 대체육을 만드는 넥스트젠은 올해 2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을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1000만 달러를 투자받았으며 지난달에는 홍콩과 마카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사업을 확장했다.

싱가포르는 대체육 기술 육성과 함께 최근 스마트팜인 실내형 도시농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세워진 스마트팜은 31개가 있다.

업계에서는 대체육이나 스마트팜의 경우 살충제나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 더 좋은 식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체육에 대한 거부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옴니버스가 싱가포르인 10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가 대체육을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 유로모니터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비자 36.5%가 대체육이 아닌 천연 식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의 천연식품 선호도는 33.3%, 미국은 28.4% 정도로 대체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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