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전세계적 추세 속에서도 독일은 예외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독일도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영향 아래 있다. 2020년 초 독일의 총 인구는 10년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팬데믹 여파로 독일 인구 증가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이민자 유입이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2020년 10월 독일 연방통계청은 같은 해 6월 말 기준 독일 인구가 2019년 연말보다 약 4만 명(0.05%)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출생률이 빠르게 회복되어 독일 내 인구쇼크는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다. 독일의 현재 합계출산율은 여성 1인당 1.602명으로 2020년보다 0.38% 증가하여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현재도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진국 중 독일만이 출산율과 인구통계가 안정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이 독일이 인구위기를 절감한 90년대 이후 제시한 가족친화정책에서 원인을 찾는다. 1980년대 이후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독일은 가까운 미래 인구구조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각종 지원정책을 마련해 왔다. 독일의 육아수당인 부모수당(Elterngeld)은 기본 양육수당, 부모수당 플러스(Elterngeld Plus), 파트너십 보너스 등으로 변형, 결합하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육아지원의 세부 종류는 개인 생활과 상황에 따라 월 지급액을 줄이고 기간을 늘리는 등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외에도 독일은 출산 및 육아에서의 아버지 지원 조치, 유연근무제 확대 등의 가족친화정책을 통해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한국, 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 비슷한 종류의 출산율 제고 정책 지원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결과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역사적으로 일반적인 국가들과 구분되는 점이 있다. 첫째, 동서로 나뉘어 있던 독일은 1991년 통일을 이루어 유럽대륙 내 인구 및 경제대국이 되었다. 통일 이후 30년이 경과한 현재, 통일 후 세대가 정치, 경제와 인구 측면에서 안정적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둘째, 통일 이후 독일은 사실상 유럽연합(EU)을 주도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이끌어 왔다. 2004년 10개 중동부 유럽 국가의 신규 회원국 진입 이후 대륙을 종단·횡단하는 다이내믹한 이주 흐름의 양상에도 독일은 ‘신규 회원국 역내 이주 제한조치’ 최대 7년 기한을 선택하여 이주를 제한했었다. 해당 7년이 만료되는 시점인 2011년 유럽 전역은 유럽재정위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으며, EU 내 최고의 경제안전처인 독일은 노동이주의 매력적인 목적지가 되었다. 2012년 독일 유입 노동이주가 약 40% 이상 폭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최대치 갱신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국이 이민국가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독일정부는 2000년대 이후 급진적으로 이민법을 개정해 왔다. 독일은 심각한 인구문제에 직면하여 포용적 이민 및 난민 정책을 통해 이민법을 개정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독일은 국적 취득 조건에서 이중국적 허용에 제한적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포괄적 사회통합 정책방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정부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전통적인 다문화 국가들의 정책 입장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포용적 이민정책의 관점을 견지하고 공동체 내 사회결속과 경제발전을 정책목표로 한 이민정책을 제정·시행하고 있으며, 일정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이후 급증하는 결혼이민여성, 외국인노동자, 북한이탈주민 등과의 사회결속을 위해 다문화정책을 제도화해 왔다. 그러나 정책 의도와는 달리 사회통합에 어려움을 겪으며, 다양한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은 역사적·사회적 발전과정에서 상당한 경로유사성이 있다. 분단의 역사와 전형적인 차별배제주의 이민정책을 상당기간 고수한 국가였던 점 등이다. 한국 또한 독일의 포용적 이민정책을 통해 다양한 정책적 시사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