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일부터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거듭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전 국민 지원금보다는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럼에도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정하고, 소상공인 피해지원과 손실보상을 위해 추경 지출규모를 당초 정부안인 33조 원보다 최소 1조 원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2조 원 규모 국채상환 계획 철회도 요구하고 있어 추경 심사의 진통이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주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득 하위 8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는 정부안이 유지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결정하면 따르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것 같지 않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당정 갈등이 커지자 민주당은 홍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여당과 정책 대립을 빚었지만 번번이 압박에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이 회의에 출석한 이주열 총재도 “재원은 한정된 것이고, 코로나 피해 계층과 덜 피해를 본 계층, 오히려 부(富)를 쌓은 계층이 공존한다”며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 등 피해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책임자가 재정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여당의 거대 의석을 내세운 ‘과감한 날치기’까지 주장했다. 재정 운용에 재원의 문제도 크지만, 국민 모두에 돈을 주는 것은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확실한 지원효과도 담보돼야 한다. 최대 규모의 추경에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커지자 추가 증액까지 추진하는 마당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계속 전 국민 보편 지급을 고집하는 것은 어떤 명분이 없고 실효성도 떨어진다.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내년 선거를 앞두고 무차별의 돈 뿌리기로 표를 사겠다는 행위와 다름없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소비 진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더 강화된 최고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비를 계속 가라앉히는 상황이고, 국민의 일상이 멈춰진 집합 제한과 영업 제한 등의 봉쇄조치가 언제 완화될 수 있을지 기약조차 힘들다. 작년 5월 1차 재난지원금으로 전 국민에 14조3000억 원이나 뿌려졌지만, 소비진작을 통한 피해업종 매출 증대는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나 있다. 최악의 벼랑에 몰린 자영업 등 소상공인들에 집중적으로, 더 두텁게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