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가부 폐지론'과 '이생망'

입력 2021-07-19 06:00 수정 2021-07-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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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기자

정치권에서 촉발된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논쟁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도한 여성 인권 정책으로 인해 남녀 갈등만 심화하고 있다"며 "남녀평등이 아닌 남성 혐오와 여성 우월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가부의 1년 예산 1조2325억 원에 대해서도 '여성만을 위해 사용하는 국가 예산'이라고 힐난한다.

반대쪽에선 여가부 존치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여가부 존치 및 권한 강화의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서 청원인은 "여가부는 사회의 취약 계층인 여성과 청소년, 아동을 특별히 보호하고자 하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존재 이유를 합당하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중앙 부처"라고 했다. 여가부가 남성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양성평등 정책에 배정되는 예산은 10% 미만이며 수혜 대상도 여성만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여가부를 둘러싼 존폐 갈등은 그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4개 여론조사 업체가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는 응답자는 남성이 61%였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여성이 51%였다. 특히 2030 세대에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이들이 59%로 가장 많았다.

여가부 폐지론의 중심인 것처럼 보이는 '이대남'(1990년대생 남성)은 불평등의 세습과 계층 간 격차를 온몸으로 경험한 세대다. 부동산, 취업 등에서 좌절을 경험한 청년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2030세대 남성들은 여성을 싫어한다'고 규정해선 안 된다. '이생망'을 외치는 건 '이대녀'(1990년대생 여성)도 마찬가지다. 사회 불평등과 '먹고사니즘'에 대한 고민은 남녀 모두에 해당한다.

여가부 폐지론에 왜 이대남이 거론되는 걸까. 이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 대한 분노를 이용하려는 정략적인 발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도 지긋지긋해진 이들에게 여성은 약자이기에 돌봐야 한다는 말이 통할 리 만무하다. 기득권 세대와 공정한 경쟁조차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양보하라는 말은 오히려 폭력적이다. 양보가 아니라 공생을 위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실제로 여가부 예산의 60%는 여성이 아닌 가족을 위해 쓰인다.

국민 대다수가 여성과 남성을 나누지 않고 '우리'라고 한다. 그리고 서로를 응원한다. 정치권은 '여가부 폐지론'을 앞세워 젊은 세대의 아픔을 표심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이들의 분노가 여성을 향하도록 부추기는 일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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