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의 신고 기한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형 거래소들이 투자자들의 돈 떼먹고 무더기로 폐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세와 수수료, 무료 코인 이벤트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는 만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특별위원회 기획위원장을 역임한 가상화폐 전문가 박주현 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변호사는 15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써는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먹튀 거래소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가상자산 아노미'(행위를 규제하는 공통적인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혼돈 상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변호사는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기획파산을 계획하고 거래소를 운영한 범죄자들이 소형 거래소를 5개까지 만들어 코인과 금전 돌리기를 했다”며 “자연히 피해자와 피해 금액 규모가 많이 늘어났는데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의 감시와 관리ㆍ감독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상화폐거래소 회장과 대표이사, 임원진이 범죄를 공모해 특정 회사의 코인을 만들어 상장시키고 '펌핑'을 통한 가격 인상으로 차익을 본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피해 금액이 수천억 원에 달할 만큼 심각한 문제”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져 과거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 폰지사기를 능가하는 수법으로 피해 규모도 더욱 크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외제차 제공, 에어드롭 등 고객에 대한 유인책을 과도할 정도로 사용하는 곳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다소 과도할 정도로 보이는 이벤트는 십중팔구 사기라고 보면 된다”며 “자본금 500만 원에 불과한 회사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스캠코인을 만들어 사기를 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가상자산은 법의 영역에 포섭되기가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이 요구되는 형사 영역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하고 법리적으로도 고민해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을 보고 원통함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화폐 범죄를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하는 법안을 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폐거래소 해킹이나 투자 사기, 시세조종 등 명백한 불법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이런 법이 없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투자는 사실 투기로 볼 가능성이 크고, 결국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에 문제가 발생하고 고객 자산에 사고가 생기면 이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며 “회사 예치금을 상당 수준 요구해서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곳만 거래소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은 거래소 공시 등을 캡처하고 직원과의 대화를 녹취해야 하며 자신의 거래내역도 보관해야 한다”며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거래소의 과실이나 고의, 위법성과 손해를 입증하기 위해 이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돈이 몰리는 곳에는 위험한 불법도 도사리고 있다”며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고 잘 분석하고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