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硏 등 비공식 회동서 언급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4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만 실명확인 계좌 발급 제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은행에도 연대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80개 정도로 추산되는 가상자상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비공식 회동 후 시중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실명확인 계좌 발급 제휴 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실명 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가상자산 거래소 4곳 외에 추가 발급 제휴 자제를 구두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됐고,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4대 거래소 외에는 (실명계좌 발급을) 자제하라는 식으로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금융위가 통상 구두로 말하는 것도 (은행들에는) 지침이고, 이런 일이 실무에서 공공연히 진행되는 터라 은행 입장에선 4대 거래소 외에 실명 계좌를 발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금융위의 사인(추가 실명 계좌 발급 자제)은 ‘제휴 불가 통보’인데 은행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은행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때문에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가상자산 거래소 4곳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은행들은 이들과의 재계약 여부 결정을 거래소 신고 기간인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금융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중과실이 없다면 ‘면책’을 해 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들 거래소와 계약 연장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과 계좌 확대 등의 이익보다 자금세탁, 해킹 등 법적 책임에 따른 위험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 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 신고를 마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금융위의 이 같은 기류가 시장에 알려지면서 실명 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최근 폐업을 선언한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 추가 제휴는 없을 것”이라며 “9월 24일 이후 실명 계좌가 없는 거래소들은 기존 사업을 다 접어야 하는데, 이것이 맞는 정책인가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금융위는 아직 결정된 상황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은행들이 본평가를 마무리하고 실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은행연합회 역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