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7~9일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한 내용의 실사 보고서가 이날 오후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일본이 지난해 6월 개관한 곳으로 군함도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공동조사단 3명이 이 시설을 사찰한 결과 일본이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조사단은 호주, 벨기에, 독일의 세계유산 전문가로 구성됐다.
모두 60쪽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 보고서에는 △1940년대 한국인 등 강제노역 사실 이해 조치 불충분 △희생자 추모 조치 부재 △국제 모범 사례 참고 미흡 △대화 지속 필요성 강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사단에 따르면 한국 등에서 온 노동자가 있다고 보여주는 전시가 있긴 하지만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경우 도쿄 센터와 군함도 간 거리가 멀고, 한국인 강제 노역자들이 희생자라는 사실도 간과했다.
외교부는 이 시설과 관련해 "강제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 및 자료들만 전시돼 있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이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도 공개했다. 세계유산위는 이미 당사국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한 만큼 21~23일 토의 절차 없이 이 결정문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2018년 유산위 채택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강제노역 역사를 왜곡했다는 게 이번 결정문안 핵심 내용이다. 결정문안은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일본에 요청했다. 강제노역 등 유산을 둘러싼 역사의 어두운 면도 전부 알리라는 뜻이다.
세계유산위는 "당사국(일본)이 관련 결정을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strongly regrets)"고 명시했다.
특히 "다수의 한국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약속 미이행에도 시설 보전이 미흡해 세계유산 등재를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산에 대한 해석을 문제 삼아 등재를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유네스코 입장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결정문안은 일본이 이러한 이행 요청과 앞으로 보완될 보존현황보고서를 내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