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첫 양자면담을 가졌다. 양국 장관은 합리적인 디지털세 과세방안 도출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 중인 홍 부총리는 이날(현지시간) 옐런 장관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경제 분야 후속조치, 디지털세 등 분야 양자·다자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옐런 장관 취임을 계기로 한 3월 17일 전화통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면면담이다.
먼저 홍 부총리는 통화스와프 연장, 이란 원화자금 이슈 관련 미국의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더불어 한·미 정상회담 경제 분야 5대 협력방안(백신·공급망·첨단기술·기후변화·인적교류) 후속조치를 조속히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신남방 정책과 인태(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를 통해 미국이 추진 중인 ’B3W(Build Back Better World,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40조 달러 이상 인프라 투자계획)‘에 협력 의사를 전했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B3W 협력 의사에 사의를 표하며, 한·미 정상회의 시 발표한 주요 협력과제의 구체적 후속조치를 통한 성과 도출 필요성에 공감했다.
양측은 이란 원화자금의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로의 자금이전(SHTA) 등 이란 원화자금 이슈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 장관은 또 기후변화, 디지털세,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일반배분 등 G20 주요 의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추진’ 등 기후대응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소개했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선언에 감사를 표시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한국의 사례 확산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더불어 옐런 장관은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민간참여 확대와 GCF 역량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도 공감을 표하며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디지털세와 관련해선 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 총회에서의 디지털세 합의안을 역사적 국제조세 개혁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향후 세부안 마련을 위한 국제 논의가 디지털세 필라1, 필라2의 실제 집행에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양국이 합리적인 최종안 도출을 위해 지속해서 협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디지털세 논의는 디지털 기업의 매출에 매출 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하기 위한 논의(필라1)에서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논의(필라2)까지 진전된 상태다.
이 밖에 홍 부총리는 저소득국 지원을 위한 SDR 재배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자발적 SDR 공여에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햤다.
옐런 장관과 면담 뒤 홍 부총리는 류트피 엘반 터키 재무장관, 다니엘 프랑코 이탈리아 재무장관과도 만나 세계 경제 동향,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방안과 관련해 엘반 장관은 인공지능(AI), 정보통신(IT),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무역·투자 등 교류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며 비자 면제, 직항노선 활성화, 신규 통화스와프 체결, 터키 관련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FATF) 상호평가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양국 교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터키 측 제기사항에 대해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또 양국 재무장관은 조속한 시일 내 한·터키 경제공동위원회를 통해 교류·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프랑코 장관과는 양국 간 경제 상황과 정책 대응방향이 유사함을 확인하고,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양자·다자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