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코인 '뒷북' 상폐…미취급 거래소들 “동반 이미지 추락 억울”

입력 2021-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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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 ‘거래소 평가' 다크코인 유무 등 항목 공개
빗썸 '다크코인 상장폐지' 올 3개, 업비트도 6월 3개
타 업체 "투자자 피해" 비판…상폐 가이드라인 촉구

‘다크코인 취급 여부’가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심사 과정에서 핵심 항목으로 지목됐다. 다크코인은 금융당국이 취급을 금지하는 가상자산이다. 익명성 때문에 거래 당사자를 확인하기 어려워 자금세탁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검거된 ‘박사방·엔(n)번방’ 운영자들이 다크코인에 속하는 모네로를 입장료로 악용하면서 이슈가 됐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 기한인 9월이 다가옴에 따라 다크코인을 놓고 가상자산 거래소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다크코인 상장폐지를 통해 은행 눈높이에 맞추려는 움직임과 무분별한 코인 상장폐지가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은 조치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 자금세탁ㆍn번방 활용 다크코인 =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심사에서 가장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은 ‘자금세탁’ 위험성이다. 그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책임을 지고 관련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자산이 마약ㆍ음란물ㆍ무기거래 등 불법 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 또한 불신을 일으키는 이유로 꼽혔다.

금융당국의 이와 같은 시각은 다크코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다크코인은 송금 주소를 모두 익명화해 거래내역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다. 모네로(XMR), 대시(DASH), 지캐시(ZEC), 코모도(KMD), 이그니스(IGNIS), 시스코인(SYS) 등이 대표적인 다크코인으로 꼽혀왔다. 특히 모네로는 북한의 국제사회 경제재재 회피 수단, n번방 운영자들이 입장료로 활용해 온 수단이다.

금융당국은 다크코인의 위험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9년 9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핀테크산업협회에서 열린 ‘암호화폐 법제화’ 간담회 자리에서 거래소 등 관계자들에게 다크코인의 위험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FIU는 이와 같은 관점을 여전히 유지 중이다. FIU가 지난 2월 발표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매뉴얼’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가상자산 내역을 보고할 때 해당 코인이 다크코인인지 여부를 체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본부장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자금이 북한, 이란과 같은 쪽에 연루된 경우 국제적 제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은행들의 부담이 크다”라며 “(가이드라인에) 다크코인에 대한 일부 평가 항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다크코인 취급 ‘난색’ = 8일 공개된 은행연합회의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에는 금융당국의 다크코인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은행연합회는 그간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의 미공개를 고수했다. 그러나 평가 내용이 잘못 전달되며 시장의 혼란이 발생해 주요 평가 지침을 일부 공개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받기 위해 ‘다크코인 취급 여부’를 제출해야 한다. 법률 및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정책 등에 따라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항목이다.

이에 업비트는 다크코인을 상장폐지하는 선택을 했다. 업비트는 지난달 11일 코인 25개를 유의종목으로 기습 지정,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이중 다크코인에 속하는 코모도, 이그니스, 시스코인 3종이 포함됐다. 업비트 관계자는 “기존에도 다크코인은 정리하고 있었고, 시중은행의 평가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며 “해당 코인들은 최근 익명전송 기능이 추가된 것을 확인했고, 관련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2019년 9월 이후 15종의 다크코인을 상장폐지했다. 빗썸 또한 지난 3월 대시(DASH), 피벡스(PIVX), 지캐시(제트캐시, ZEC)를 상장폐지했다. 빗썸은 지난해 n번방에 활용된 것으로 지목됐던 모네로와 버지를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린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다크코인 내지 위험성 있는 코인에 대한 정리는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기준”이라며 “해당 코인들의 거래 자체가 위법행위 내지는 시장의 혼탁행위를 방조하는 형태가 될 수 있어 거래소들은 이들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취급 거래소 불만 쏟아져 = 그간 거래소의 투명성을 위해 다크코인을 취급하지 않았던 거래소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더기 상장폐지를 통해 거래소의 건전성은 제고되지만,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해 거래소들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다는 것이다.

7일 이투데이와 만난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 거래소를 다 쓸어버리겠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상폐 같은 코인 악재가 겹치다보니 업계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나쁜 상황”이라며 “업력이 쌓인 거래소들은 성숙도가 나름 있는데 이렇게 치부되는 게 억울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해당 거래소는 위험성이 제기된 직후 일절 다크코인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 거래소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거래소도 있다. ‘거래되는 코인의 신용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이지, 거래소가 지원 중인 잡코인의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코인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장 및 유의종목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 그간 보수적인 상장 및 상폐 심사를 거치며 투자자를 보호해왔다는 것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7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코인이 상장되며, 상장 후에도 상장심사위원회에서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라며 “예고 없이 대규모 상폐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거래소들의 행보에 대해 김태림 변호사는 “코인 상장ㆍ폐지에 대한 협회나 주무부처의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기준 없이 상장폐지될 경우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날벼락을 맞는 상황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인 상장이나 상장폐지가 시장의 출렁거림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지만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는 이런 기준이나 요건, 절차가 전혀 준비 안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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