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일보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재정적 권한 이양 등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요소들이 더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쉽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더욱 확대되고 주민들의 참여도 강화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과 국가·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런 목적과는 달리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계속 심화되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대학도 고사 직전 상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0년 조사를 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 기초자치단체는 105곳으로 전체의 약 47%에 달한다. 이 중 97곳은 비수도권 지역이다. 더 이상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실체 없는 허상인 채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앙정부가 지역을 바라보는 인식과 시선을 전환해야 한다. 지방이 소멸한 뒤에 균형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가통계포털의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2017년 53.7%, 2018년 53.4%, 2019년 51.4%, 2020년 50.4%, 2021년 48.7%로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의 세입 중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율을 말한다. 2001년 이래로 2014년이 50.3%로 가장 낮았으나 올해 처음으로 50%를 밑돌게 됐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전국 226개 시·군·구 중에서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서울 종로구, 중구, 서초구, 강남구(70.6%), 성남시, 과천시(70.7%), 용인시, 이천시, 화성시 등 모두 서울과 경기 지역이다. 10% 미만인 지역도 3곳으로 구례군, 신안군, 봉화군(6.7%) 등 전남과 경북 지역이다.
재정이 부실한 지방자치단체는 그만큼 절박해서 중앙에 의존해야만 지방재정을 꾸려나갈 수 있다. 재정절벽뿐만 아니라 인구절벽, 고용절벽 등 지방 곳곳은 낭떠러지투성이다. 더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방은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지역경제의 회복과 도약을 위해 뛰고 있다.
지방분권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분권이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주민의 직접적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지방자치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을 통해 재정불균형을 바로잡고 주민자치, 주민지향, 주민주도, 주민참여, 주민체감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정책 실현을 통해 지방 소멸을 막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 중심의 자치분권 1.0에서 주민과 의회 중심의 자치분권 2.0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주민들의 높아진 기대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고, 주민주권 구현과 지방분권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방의 경쟁력은 주민의 다양성과 창의성에서 찾을 수 있다. 주민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개개인이 함께 민주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올해로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았다. 3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뀐다. 지방자치가 성숙되면서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이 구축되고, 마을공동체 사업이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만큼 지난 30년 동안의 실패 사례는 교훈으로 삼고 성공 사례는 공유하여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 더욱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자치분권 2.0 실현과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