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실기업 지원 방침 바뀌고 있어
중국 채권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였다. 중국 정부가 부실기업조차 지원하며 디폴트를 막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부실기업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현재 디폴트율은 1% 정도다. 선진국의 2~3%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정부가 부실기업에 무관용 원칙을 들이대면 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평가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1160억 위안(약 20조 원)으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 주도의 부채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디폴트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국영기업의 디폴트가 늘어나고 있다. 디폴트 상태인 중국 기업 중 국영기업 비중은 2019년만 해도 1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거의 절반에 달했다. 올해도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 국영 배드뱅크인 화룽자산운용의 미지불 규모는 430억 달러에 달한다.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도 수차례 디폴트를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노출된 8600억 달러 규모 달러 표시 중국 회사채 시장 위험도는 더 높다. 이에 금리는 1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수익은 악화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저신용등급 기업들이 발행하는 고수익·고위험의 하이일드 고위험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달 15일 10.1%로 약 1년 1개월 만에 10%대로 올라섰다. 글로벌 하이일드 회사채의 수익률이 4%대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내년까지 중국 기업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 총액만 1210억 위안에 달한다.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경제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자 중국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지만, 자칫 기업 부채 연착륙 시나리오가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