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감사원의 징계 결정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인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책임을 빠트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감사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노조는 5일 ‘납득이 안돼요, 납득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감사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임직원 8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이번 감사결과는 여러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선 금감원 노조는 이번 징계 결정에서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인 금융위의 무리한 규제완화 책임이 다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금융위는 적격투자자 요건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완화했고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최소자본요건도 4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급전직하했다”며 “이것도 부족한지 펀드에 대한 사전심사제를 사후신고제로 바꾸어 펀드 시장을 불량배들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등 해외사례만 비교해 봐도 금융위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한 도박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폐쇄는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정책 사안으로 볼 수도 있는데도, 감사원은 사업성 평가 적정성 등을 문제 삼아 검찰고발까지 했다”며 “감사원은 금융위의 무리한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원전 감사와 마찬가지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이번 감사원 징계 대상에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고위직들이 퇴직자라는 이유로 모두 빠졌다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감사’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금감원은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으로 임원부터 말단 팀장에 이르기까지 각 업무에 대한 전결권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며 “퇴직자라는 이유로 징계대상에서 뺀다면 의사결정 내용을 단순히 수행한 부하직원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징계하면 사고 친 사람은 퇴직하면 그만이다”라고 전했다.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전 부원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조는 “감사원이 금감원의 감독책임을 추궁하고 있는데도,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한 전직 원장과 부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최고경영자의 조직 관리 책임은 금융회사에만 적용되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김근익 금감원장 권한대행에게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할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실무자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당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김 권한대행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시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의 청구했는데, 퇴직자라는 이유로 의사결정 책임을 묻지 않고 실무자만 중징계한 엉터리 감사결과에 대해 침묵한다면 아무리 권한대행이라지만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무유기”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