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맞았다. 이달 2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 씨가 의료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데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경찰 수사도 잇따라 진행되면서 자신은 물론 가족 및 측근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4일 사정 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윤 전 총장의 가족 및 측근과 관련된 수사와 재판은 총 8건이 진행 중이다. 법원에서 2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3건, 1건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공수처에도 2건의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정 당국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윤 전 총장을 정조준한 만큼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이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은 '처가 리스크’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씨에 대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켜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준 점 등 책임이 무겁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최 씨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23억 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최 씨는 2013년 4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347억 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에서 심리 중이다.
윤 전 총장은 최 씨 선고 직후 대변인을 통해 "그간 누누이 강조해왔듯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 씨가 요양급여 부정 수급 혐의로 실형을 받으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전 총장에게 상당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가 받는 검찰 수사도 그의 발목을 잡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김 씨의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수수 의혹은 김 씨가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기업들에서 부당 협찬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윤 전 총장이 2019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후 전시회 기업 협찬이 16곳으로 늘어났고, 수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대가성 협찬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오수 회장이 2010년부터 1년간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자금을 제공하고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최근 도이치모터스 등기이사와 수차례 접촉한 정황이 포착된 최 씨도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이 두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상당 부분 진행한 만큼 내년 대선 전에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린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직접 겨누고 있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옵티머스 관련 사건을 부실 수사하도록 지시하고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수사를 방해했다며 윤 전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정식 입건하고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에 배당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 외에도 윤 전 총장과 관련한 여러 건의 고발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조국 일가 수사 직권남용 혐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직권남용 혐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직권남용 혐의, 판사 불법사찰 의혹, 한동훈 감찰 방해 의혹 등에 대한 수사착수 여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번호를 기준으로 윤 전 총장 사건은 뒷순위(7ㆍ8호)지만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주간의 실무 연수를 갔던 검사들이 지난달 말 전원 복귀하고, 추가로 수사 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공수처의 사건 처리 역량은 한층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