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 대상자나 세입자에게 토지를 인도받으려면 먼저 주거 이전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로써 사업시행자가 부동산을 인도받은 후 주거 이전비 등을 지급하는 재개발 사업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A 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B 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조합은 인천 부평구 일대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됐다. 사업구역 내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B 씨는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됐다.
A 조합은 B 씨를 포함한 현금청산 대상자들과 손실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했다. 이후 수용재결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공탁했다. 손실보상금 공탁 후에도 B 씨 등이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자 A 조합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재개발조합이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 건물을 수용한 뒤 인도를 구하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주거 이전비, 이사비 등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A 조합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재결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B 씨 등은 이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면서 “토지보상법에 따른 이주정착금, 주거 이전비, 이사비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근거로 부동산 인도를 거절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업시행자와 현금청산 대상자 사이에 주거 이전비 등에 관한 협의가 성립된다면 ‘주거 이전비 등 지급 의무’와 ‘부동산 인도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게 된다”며 “재결절차 등에 의할 때는 주거 이전비 등 지급절차가 부동산 인도에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심리를 거쳤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재개발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 대상자나 세입자에게 부동산 인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손실보상금뿐만 아니라 이주정착금, 주거 이전비, 이사비에 대한 지급절차도 이행돼야 한다고 판시한 첫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