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정치 도전을 시사했다. 이에 야권에선 최근 X파일 논란 등 리스크가 나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으로 최 원장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최 원장은 28일 오전 출근 직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장 수행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문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임박과 홍준표 의원의 복당 등으로 빨라진 야권 대선 시계는 최 원장의 합류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최 원장은 정치 참여와 관련한 구체적인 의견에 대해선 "사임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맞지 않아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취재진이 출마 가능성을 묻자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자세히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이지만, 월성원전 1호기 감사와 함께 사실상 정부·여당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을 비판하자 야당의 주요 인사로 떠올랐으며, 야권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근 윤 전 총장이 이동훈 대변인 사퇴와 X파일 논란 등으로 지지율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 원장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26일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PNR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PNR리서치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2주 전 39.1%를 기록한 후 전주 조사에서 33.9%로 나타났고 이번 조사에선 32.7%까지 떨어졌다. 최 원장은 단숨에 3.7%를 차지하며 단숨에 6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차라리 최 원장이 (윤 전 총장보다) 낫다"며 "이력이 깨끗하고 정치권에서 보기 힘든 인재"라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있는 만큼 바로 정치 도전을 선언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최 원장은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