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투데이 사옥 et라운지에서 만난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본인을 청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만 39세, 마흔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최고위원은 “(지명직 청년최고위원이 된 건) 후배 세대의 자리를 빼앗은 건 아닌지 생각한다”며 “더 많은 청년이 타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당에 함께해 시대적 과제를 같이 씨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역할로 ‘차단당한 후배들의 기회를 넓히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여론조사만 1500만원, 경선비용 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쏘아 올린 청년 정치에 대한 열풍은 당대표 경선에서 전례 없는 당원투표율로 흥행을 일으켰다. ‘이준석의 실패가 청년 정치의 실패란 시각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청년 정치 일부의 시각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청년 정치에 대한 실패냐 아니냐로만 보려는 시각이 있다면 이는 비루하고 게으른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대표가 어쨌든 (청년 정치의) 어려운 토대 속에 제1야당의 대표가 된 건 성과”라면서도 “이 대표는 앞으로 기득권과의 싸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 숙제를 가졌다. 청년 정치인의 한계가 아닌 국민의힘이 처한 환경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 역시 2016년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에서 패해 본선에 출마하지 못한 바 있다. 청년 정치의 어려움으로는 피선거권 연령 제한 등이 꼽히지만, 고비용이 요구되는 점도 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묻자 그는 “5평짜리 사무실을 얻을 형편이 안 돼 월셋집 거실 공간을 5명의 사무실로 썼다. 경선 비용이 너무 비싸다. 여론조사 비용만 1500만 원을 내야 했다. 정치신인이라 지역 내 여론도 없는데,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에 돈을 벌어주는 창구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무용한 여론조사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당원들의 지역 배심원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당원이 현장에 오셔서 토론과 연설을 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세대가 점유한 공간 너무 넓어
최근 이준석 열풍은 여권에도 긴장감을 주며 청년 정치인에 대한 조명도를 높였다. 그동안 국내 정치가 후진 양성에 미진했다는 평가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정치인이란 누가 키워줘서 되는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운을 뗐다. 다만 그는 “특정 세대가 점유한 공간이 너무 넓어, 이를 나누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으면 그런 자리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가산점과 할당제를 통해 기회의 벽이 두 가지 다 보장될 때 청년정치가 구체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기도 한 이 최고위원은 “청년 당원들이 싸워서 그러한 기회를 만든 것”이라며 “선배와 더욱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당 각급 위원회 조직에 청년 10%를 할당하는 식을 들었다. 그는 “이처럼 한자리를 주는 형식적인 것보다 차라리 더욱 형식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의 구조에서 결정은 현재 세대(기득권 세대)가 한다. 이는 부당하다”며 “(청년과 기득권 세대가) 고민의 과정과 과정에 대한 책임을 골고루 나눠질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치인 발탁에서도 양당은 다른 모양을 내고 있다. 최근 이준석호(국민의힘)는 대변인을 뽑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내세웠다. 능력주의 기치를 내세운 이 대표의 승부수 중 하나다. 반면 민주당 전국청년당과 전국대학생위원회는 ‘경쟁보다 교육’을 내세우며 대변인 아카데미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오디션을 두고 ‘이미 완성된 능력을 지닌 인물을 뽑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 최고위원은 “교육을 거친 이들 중 뛰어난 사람을 뽑는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그보다 당명도 바뀌어오면서 똑같은 프로그램이 수십 회째 반복되지만 1회, 2회를 거듭하면 유지가 안 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기회의 등용문이 지금껏 정통성을 갖지 못하고 시스템 자체가 공고화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상적으로 정치인을 발굴하고 영입한 뒤 안정적으로 당의 기치를 학습할 기회까지 연결되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청년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대한 열망은 비단 청년 정치인 선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대남’(20대 남자)이 부각되는가 하면, ‘바늘구멍을 뚫어 달라’는 청년 세대가 능력주의 기치를 내세운 이 대표에게 열광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나라는 전체적인 남성 우위 사회다. 다만, 2008년부터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10% 더 높아지는 등 20대 남성들이 느끼기에 ‘사회는 남성 우위 체계지만 실제는 여성 우위’라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 각자가 이유 있는 화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능력주의에 대한 바람 역시 ‘반칙하지 말자’는 게 근저에 깔린 것인데, 여러 구호가 섞여 들어가면서 그런 기류가 생겨났다”며 “젠더 이슈로 인한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 사회가 어느 한쪽을 외면할 게 아니라, 평평하게 다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적대적 공생관계, 제로섬 구조
이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당에 표출되는 국민 실망감에 대해 “국민 80%가 탄핵에 동의하면서 사회적 분출로 인해 탄생한 정부다. 그 희망과 기대를 민주당에 걸었지만,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내로남불식’ 위선에 휩싸였다. 반감에 의해 창출된 정권이 반감을 유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여야가) 적대적 공생관계만을 강화해 제로섬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이 여러 민생 이슈를 다루려고 하면 야당이 상임위 차원에서 발목잡기를 하고, 정부·여당은 무능 프레임에 빠지게 된다. 밀어붙일 경우 고루한 논쟁의 틈바구니에 빠진다. 여야 논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국민 편익과 효능감과는 멀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자신이 몸 담은 송영길 지도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마지않으며 “결정을 내리는 게 늦다고 생각한다. 분란이 더 커지고 있다. 결정을 빠르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자산격차와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와서 불평등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해결 못 하는 상황을 반성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도 민주당이 재집권하려면 국민에게 변화에 대한 명확한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세대에 유리할 수 있는 상황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품는 ‘통 큰’ 민주당으로 조금 더 진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