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덕에 미운오리 ‘BBB’채권 백조됐다

입력 2021-06-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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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한라(신용등급 BBB)가 대박을 터트렸다. 한라가 14일 진행한 2년물 3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5배인 15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당초 희망금리로 제시한 개별민평금리(연 4.45% 가량) 대비 1.5%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증액을 해도 개별민평금리보다 1.45%포인트 낮은 약 3%가량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용등급 ‘BBB’인 두산 회사채도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최근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에서 400억 원 모집에 2070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5.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주 투자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하이일드 펀드에 올해 8000억 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하이일드 펀드에 적용되는 공모주 5% 우선 배정 혜택을 노린 투자 수요다.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은 공격적으로 저신용 기업 회사채를 쓸어담고 있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 공모주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는 평가다.

공모주 시장 호황에 힘입어 한동안 침체됐던 저신용 회사채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2023년까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전체 자산의 45% 이상을 BBB+ 이하 회사채 또는 코넥스 주식으로 구성할 경우, 공모주 물량의 5%를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공모, 사모 합산)은 1조3897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들어서만 7617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실탄을 확보한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은 BBB급 하이일드(High-Yield·비우량 채권)를 쓸어 담고 있다.

두산은 넘치는 수요를 감안해 발행액을 두 배(800억 원)나 늘렸는데도 발행금리는 연 3.6%에 불과했다. 작년 9월과 11월 2년물 회사채를 각각 연 5.4%, 5.3%에 발행한 데 비춰보면 몸값 자체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올 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두산인프라코어(BBB0), 한진칼(BBB0), 한신공영(BBB+) 등도 3%대의 비용(조달금리)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한진칼은 4월 표면이자율 연 3.2%에 사모채 1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지난 3월 말 한진칼이 사모채 2년 6개월물 130억원어치를 발행한 지 보름만의 추가 발행이었다. 한진칼은 3월 5일 공모 방식으로 회사채 1440억 원어치를 찍은 바 있다. 수요예측에서 2년물 모집액 1000억 원에 1520억 원의 기관자금을 확보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 한국채권투자자문, KTB자산운용 등 주요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물량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증권 허영주 연구원은 “하반기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이에도 조 단위 주자들이 채비 중이다”면서 “공모주 물량을 확봐하기 위한 하이일드펀드의 ‘BBB+’이하 채권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모주 열풍이 식었을 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이일드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사라지면 펀드 환매에 따른 비우량 회사채 매도가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혜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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