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매각 예비 입찰에 LG전자와 한라그룹이 불참했다. 국내 대기업이 발을 빼며 인수전은 외국계 기업의 경쟁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한온시스템 지분 70%를 매각하기 위한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업계에서는 배터리와 전장 부품을 완성차 제조사에 공급 중인 LG전자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른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온 한라그룹도 예비 입찰에 불참했다.
반면, 해외 경쟁사인 프랑스 발레오, 독일 말레 등은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오와 말레는 한온시스템 인수로 외형을 키워 세계 공조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와 열관리 시스템을 주력으로 하는 부품사다. 1986년 포드와 만도기계의 합작으로 설립된 한라공조를 모태로 한다. 시장 지배력과 성장 가능성이 커 몸값이 8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 대상은 한온시스템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지분 50.50%,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보유 지분 19.49% 등 총 70%에 달한다. 매각 대상 지분만 해도 6조7000억 원 수준이다.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5년 한온시스템(당시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약 3조8000억 원에 인수했다.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을,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함께 매도할 권리를 받았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 열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전동컴프레서를 활용한 통합열관리 시스템이 한온시스템의 강점으로 꼽힌다.
컴프레서는 반복적인 압력 변화로 냉매 순환을 일으키는 자동차 공조 시스템의 핵심 부품이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의 힘을 사용해 작동하는데, 엔진이 없는 친환경차에는 전력으로 움직이는 전동컴프레서가 필요하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의 전동컴프레서 생산 대수는 160만대로,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 대수(520만대)의 30.7%에 해당한다.
폐열을 모아 전기차의 열에너지를 관리하는 히트 펌프 시스템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를 늘려주는 기술이라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평가받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025년에 한온시스템의 친환경차 관련 매출액이 3조6000억 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 부문에서 1조30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다양한 고객사를 두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차, 기아뿐 아니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쉐, 포드, 테슬라 등 다양한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덴소의 매출이 토요타에 집중된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한 만큼,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현대위아를 앞세워 친환경차 열관리 시스템 자체 양산을 준비 중인 점은 변수로 꼽힌다. 현대차ㆍ기아향 매출은 지난해 한온시스템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했다. 한온시스템 측은 열관리 시스템 분야에 진입장벽이 있고, 성능과 품질, 원가 경쟁력에 자사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