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44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준 주가보다 25%에서 100%까지 할증하고 보호예수기간도 설정된 '매우 깐깐한' 조건이지만 20여 개 FI(재무적 투자자)가 몰렸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초대형 IB 반열에 오르면서 실적 성장이 전망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날 25% 할증 발행하기로 한 4000억 원 규모, 100% 할증 발행하기로 한 400억 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납입일은 오는 29일부터고, 신규 발행 주식은 모두 1년간 보호예수된다. 상환전환우선주란 의결권이 없는 종류주식이며, 전환권 행사 시 보통주를 받을 수 있다.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깐깐한' 발행조건이다. 일반적인 유상증자의 경우 기준 주가 대비 할인발행한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신주를 시장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시장가격보다 2배 더 높은 가격에 자사 신주를 파는 셈이다. 발행하는 주식은 일부를 중간에 다시 사 올 수 있는 권리, '상환권'도 설정했다.
이는 약 3년 전 진행했던 3551억 원 규모 유상증자와 비교해봐도 유리하다. 당시 키움증권은 기준주가 그대로 발행했다. 발행 대상자는 모두 전문 투자자들이나 일반 기업 등이다.
지금까지 키움증권이 발행한 종류 주식은 553만7842주로 이번 물량은 이와 비교해 절반 정도 수준이다. 기발행 우선주를 합치면 키움증권은 정관상 종류주식 발행 한도를 약 20%가량 채웠다. 발행 주식수는 282만5466주로, 전량 전환시 약 지분율 10% 수준이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하긴 어렵다. 1년 뒤 수천억 원 규모 물량이 쏟아질 수 있지는 오버행(과잉공급)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지분(3분기 말 기준 41.48%)이 확고한 만큼 이번 증자 물량은 결국 시장에 풀려 지분 희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이번 증자로 추가 신용공여 한도 확보를 통한 이익기반 확대를 전망했다. 신용공여 M/S는 16.5%였으나, 자기자본 한도 도달에 따라 1분기 점유율은 9.6%까지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17년 CB(전환사채) 1470억 원, 2018년 상환전환우선주 3552억 원 등 자본확충을 단행한 후 ROE(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와 시장점유율 등 수익성은 지속해서 개선됐다.
이번 유상증자에 따라 동사의 증권 별도 자본은 1분기 말 기준 2조7000원에서 3조2000억 원까지 증가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기 위한 요건을 충족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기업 신용공여 및 PBS 업무가 가능하게 되는 등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25% 할증 물량의 경우, 9년의 전환권 청구기간(보호예수 1년)을 감안하면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미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RCPS 방식을 통한 자금조달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