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규의 모두를 위한 경제] 배달음식 플랫폼과 라이더의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21-06-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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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야마학원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사이의 단건배달 경쟁이 뜨겁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단건배달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자, 배달의 민족도 동일한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에 맞서 쿠팡이츠는 배달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러한 플랫폼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식당 주인들과 소비자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배달을 담당하는 ‘라이더’들의 주머니도 두둑하게 해 준다. 그러나, 전업 라이더들의 경우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배달음식 플랫폼의 속성상 배달비 절감 이외에 마땅한 경쟁 수단이 없기에, 배달비 인상 경쟁은 라이더 확보를 위한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음식 배달과 같이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업무를 그때그때 대중으로부터 조달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대중으로부터 조달은 필요한 순간에 잠깐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부업 노동력에 의존한다. 그러나 오토바이 등을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인지, 실제 배달 업무는 다수의 부업 라이더가 아닌 소수의 전업 라이더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일괄적으로 건당 거리별 배달비를 지급하는 현재의 보수 체계는, 부업자들의 참여는 충분히 독려하지 못한 채 ‘중국집 철가방’이라 불리던 배달 노동력만 외주화했다는 비판을 부른다.

이런 경우 경제학은 각자의 선호를 반영하여 부업자와 전업자를 위한 계약을 구분할 것을 권고한다. 우선, 배달 가능 건수의 기준을 정해서 모든 참여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기준 건수 이하를 선택한 참여자들에게는 그들이 선호하는 단거리·단시간 배달 건에 대한 우선 선택권을 주고, 지금과 같이 건당 배달비를 지급하자. 단거리 일감에 대한 우선권은, 돈보다는 편안한 일에 대한 선호가 더 강한 부업참여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동시에 배달비 인상 압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기준 건수 이상을 선택한 참여자들에게는 앞선 참여자들이 덜 선호하는 일감을 배정하되 기준 건수까지는 고정급여를, 초과분에 대해서는 구간별 성과급을 지급하자. 기준 건수 이상을 선택하는 참여자는 전업 참여자일 것이고, 편안한 일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을 선호할 것이다.

또한 전업 라이더들 중에는, 일시적으로 음식 배달일을 전업하면서 다른 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의 경력에서 현재의 직업은 막다른 골목(dead end)이 아닌 디딤돌(stepping stone)이 되어야 한다. 기준 건수 이상을 선택한 참여자 중 희망자에 한하여 공인 자격증이나 공무원 시험 혹은 입사 시험 등의 다음 직업 준비 과정을 보조해 주자. 고정급여와 약간의 성과급, 그리고 각종 시험 준비 보조금이라는 보상패키지는 전업 라이더들에게만 작동하는, 그렇지만 상당히 효과적인 보상이 될 것이다.

과거 박사과정 때 한 친구와 ‘직장내 훈련(on-the-job training)’과 관련된 논문을 함께 준비하면서, 미국의 스타벅스가 자사 매장 직원들 중에서 선발하여 대학 4년의 등록금을 지원해 주던 제도에 대하여 논의한 적이 있다. 대졸자가 되면 스타벅스 매장 일을 관둘 것인데, 도대체 왜 스타벅스는 우수 직원에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 줄까? 그들의 속내는 알 길이 없지만 당시 우리는, 상향표준화된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를 지향하는 스타벅스 입장에서 자사 기준에 맞는 대졸자를 낮은 임금에 장기간 고용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고졸자 중에서 대학에 진학할 능력과 의사를 가진 인재를 선발하여 (대학 졸업 시까지) 장기 고용하려는 전략일 것이라 결론지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으로 직행하고, 대학에서도 스펙 쌓기에 열중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과거 스타벅스의 전략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성실한 사람들과 최대한 오래 함께하면서도 금전적 비용은 최소화해야 하는 플랫폼 업체들의 당면과제는 비슷하다. 부업자/전업자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충분한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다른 직업을 준비 중인 전업 라이더들의 미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부업/전업 라이더의 노동 조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플랫폼 업체와 라이더들의 일시적이지만 아름다운 동행을 유도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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