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중후판 수입량이 작년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중후판은 선박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철강재이다.
경기 회복 단계에 접어든 일부 국가에서 제품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수급 다변화가 어려워진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철강사들보다 입지가 좁아졌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우리나라의 중후판 수입량은 35만7000톤으로 작년(73만3000톤)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수입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산 중후판은 18만7000톤으로 전년(25만3000톤) 동기 대비 26% 줄었다.
중국산 중후판 수입량은 65% 감소한 15만 톤에 머물렀다.
중후판 수입량이 감소한 배경에는 수출국들의 경기 반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를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자국 내 철강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해 일본, 중국이 재고를 처리하고자 대량의 철강제품을 수출했던 상황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후판 수입량 급감으로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이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철강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후판 가격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해 철광석 가격은 예년보다 2배 이상 높은 톤당 20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4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협상 이후에도 철광석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후판 가격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철강사와 조선사는 후판 가격을 톤당 10만 원 올린 85만 원에 합의한 바 있다.
후판 가격 상승으로 조선사들은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우조선해양(-2129억 원)과 삼성중공업(-5068억 원)은 지난해 수주 절벽 등 여러 악재로 올해 1분기 나란히 적자에 머무른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한 675억 원에 그쳤다.
올해 2분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해양(-41억 원), 삼성중공업(-700억 원)은 적자에 그친다고 증권업계는 예상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788억 원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이뤄진 대량 수주는 당장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수주 성과는 선박 설계 등의 영향으로 조선사 실적에 빨라야 1년 뒤에 반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에 비례해 선박 가격을 올리면 되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선주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선가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시키기 어렵다”며 “후판 가격의 대대적인 인상이 이뤄지면 조선사들이 입을 피해는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