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 강화 전략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18일 ‘미국의 공급망 강화전략 주요 내용 및 전망 세미나’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이들은 미국 백악관이 8일 발간한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 미국의 제조업 활성화 및 광범위한 성장 촉진’ 보고서에 담긴 반도체,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의 공급망 구축 전략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기업의 대응방안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는 모든 산업의 필수재로 국가 안보에 중요하며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반 산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라면서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5%지만 반도체 제조업의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해 미국은 국내 반도체 제조 생태계 강화와 함께 동맹국과의 기술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반도체 제조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이 확대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전략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조달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배터리 공급망 중에서 미드스트림(원자재 가공 및 셀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광물을 배터리 등급 소재로 가공하는 정제과정에 주목했다”라면서 “그러나 일부 광물은 미국 내 매장량이 풍부함에도 가공ㆍ정제분야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중국으로 수출, 가공 후 다시 수입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가공ㆍ정제 능력 부족이 향후 다운스트림(팩 및 전기차 생산, 재활용)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 미국은 업스트림(원자재 채굴) 지배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외교적 노력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이는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조달 위험성이 해소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실장은 “미국의 이번 보고서는 핵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며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분야에 강점이 있어서 미국의 공급망 강화에 꼭 필요한 파트너로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공급망 강화 전략을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