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자사주 매입·배당금 확대가 현금 확보 이유
현재는 코로나 시대 불확실성 대비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올해 4~5월 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지수에 속한 비금융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분기 현금 보유액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2조1900억 달러(약 2475조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올해 1분기 현금 보유액이 733억 달러로 작년보다 240억 달러(48.7%)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현금 보유액은 179억 달러, 애플은 115억 달러, 아메리칸항공은 105억 달러 각각 늘었다.
미디어 기업 비아컴CBS와 병원 체인 유니버설헬스서비스,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기업에 감자튀김을 공급하는 램스턴홀딩스도 현금 보유액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히 램스턴홀딩스는 지난해 현금 보유액이 301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억1430억 달러로 무려 2273% 증가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이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는 목적의 변화다. 그간 S&P500지수 편입 기업 대부분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확대 등 주주환원 용도로 현금을 확보해왔으나 최근에는 팬데믹으로 커진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큰 변화를 보인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에 대응하기 위해 실탄을 장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 설립자인 해리스 쿠르쉬드는 “이들 기업이 쌓아둔 현금은 향후 소비자 행동의 ‘뉴노멀’에 대응하는 실탄으로 쓰일 것”이라면서 “잠재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 등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4~5월 분기 실적을 발표한 러셀3000지수 편입 비금융사들은 지난해보다 현금 보유액이 15% 증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원자재와 소비재 기업이 가장 많이 현금을 늘렸다. 부동산과 유틸리티 업종은 현금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운용사 거버카와사키의 닉 니쿠리스 고문은 “현금 축적이 투자자들에게는 좋을 수 있다”면서 “연구·개발(R&D)과 자사주 매입, 기업 인수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