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대출 줄이면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내몰릴 수도
금융위는 최근 익명으로 기록된 ‘제5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지난 3월 17일에 열렸던 이 회의에서는 최고 금리 인하 안건을 다뤘다. 당시 안건 보고는 금융위 가계금융과에서 맡았다.
문제는 한 금융위원이 최고 금리를 낮출 경우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한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당시 보고자는 작년 3월 말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20% 초과 대출 이용자가 239만 명이고, 이 가운데 최고금리 인하로 약 4만 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A 의원은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금리를 낮췄다고 해서 대출이용을 축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금리를 낮춘 것은 아주 잘 한 것 같고 이것 때문에 발생하는 어떤 제도권 이용의 축소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자가 대출 이용을 줄이는 것은 금리와 관계없이 대출 기간이 끝나서 새로 안 빌렸거나, 자금이 생겨서 대출을 받을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B 의원은 “이용자가 아니라 금리를 낮추면 수익성이 안 나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자들이 대출을 안 해 주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 12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재원이 필요하고 그 재원을 은행권과 저축은행권에서 출연을 하는데, 출연에 있어서 법 의결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당시 금융위 구성원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한국은행 부총재,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심영 비상임위원이다. 이날 회의에 은 위원장과 도 부위원장은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은행권과 저축은행권 재원 마련을 위한 법 개정을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하고자 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회의록에 기록됐다.
중금리대출 수요가 집중된 저축은행업계는 A 금융위원의 발언을 두고 “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대출금리 수준에 따라 금융회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이용자 등급이 달라지는데 A 의원의 발언은 이 같은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이용하는 대출자는 1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중은행은 보통 1~3등급, 2금융권은 4~6등급이 대체로 여신을 일으킨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리스크는 높게 반영돼 대출 금리는 올라간다. 금융회사가 기존에 24%의 금리를 책정했던 대출 이용자에게 20%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권을 통해서만 금융 업무를 접했던 분들은 중금리대출, 2금융권을 잘 모를 수 있다”며 “대출 금리 4%포인트(P)차이면 신용등급 7등급인 소비자가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해당 신용등급 소비자들에게는 큰 장벽이 또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