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미국의 4대 핵심 산업 공급망 재건 청사진

입력 2021-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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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제 위기는 미국 공급망의 구조적 약점이 미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공중 보건과 경제 위기로 인해 증폭되었지만, 수십 년간의 투자 부족과 해외 공급에 의존해 온 정책 선택은 다양한 부문과 제품에 걸쳐 취약한 공급망으로 이어졌다. 바이든 정부는 공급망과 인프라에 대한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및 활성제약성분, 희토류 광물 및 원료 등 4개 산업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의 검토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하였다. 4대 핵심 산업의 공급망 검토 결과와 재건 청사진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반도체 산업에서 확인된 위험과 취약성은 반도체가 국가안보, 산업경쟁력, 일상생활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제조를 너무 많이 아웃소싱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는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R&D) 분야에 약 750억 달러를 직접투자 형태로 지원해 왔다. 여기에 더해 첨단 반도체의 국내 제조를 지원하고 R&D를 촉진하기 위해 의회에 최소 500억 달러의 자금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리고 반도체 생산 및 공급업체와 최종 사용자 간의 정보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아울러 상무부 내 자문위원회를 통해 이해관계자를 한데 모아 투명성과 데이터 공유도 촉진할 예정이다.

대용량 배터리는 전기자동차부터 에너지 저장장치와 방위산업 응용제품에 이르기까지 청정에너지 전환과 국가안보 역량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는 미국 전역에 청정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국내 리튬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국가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배터리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해 첨단기술 차량 제조 대출프로그램에서 약 170억 달러를 즉시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배터리 셀 제조업체에 대한 대출과 미국 내 생산시설을 재설치, 확장 또는 신설하는 투자도 포함된다. 한편 에너지부의 연방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은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에 약 2억6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미국은 상당한 종류의 의약품과 활성제약성분(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s)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복제 의약품의 주요 원료인 API는 생산시설의 약 87%가 중국, 인도와 같은 해외에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필수 의약품 공급망은 취약해졌다.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는 국방생산법에 따라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필수 의약품의 국내 제조를 추진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API의 국내 제조 능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방생산법에서 약 6000만 달러를 조기에 투입한다. 이러한 투자를 통한 API 생산역량 확충은 공중 보건이 필요한 시기에 부족한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청정에너지 기술의 발달과 글로벌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희토류 광물과 원료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와 같은 중요한 광물자원의 가치사슬 중심에 있고, 글로벌 자원 정제 프로세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공급 원천을 다양화하고 국내 추출을 늘리더라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무부(Department of Interior)는 백악관, 농무부, 환경보호국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의 환경과 노동 기준을 준수하는 생산 및 가공설비를 짓기 위해 최적 입지를 찾고 있다. 한편 미국개발금융공사는 중요한 광물자원 및 원료 제품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공급망의 복원력을 지원한다.

4대 핵심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발표한 청사진은 산업경쟁력과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 노력의 첫 걸음이다. 미국은 혁신적인 리더십을 강화하고, 주요 산업 부문과 가치사슬에서 공급망을 재건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서 있다. 미국은 비교할 수 없는 대학 및 연구 시스템, 숙련되고 다양한 인력 풀, 혁신적인 기업가와 중소기업 생태계,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가진 글로벌 리더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바이든 정부는 산업, 노동, 정부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협력하여 공급망을 재건하고 광범위한 성장과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해 170억 달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자동차 생산과 수소 인프라 등에 74억 달러를 투자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자동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배터리 부문에서 SK는 포드자동차와, LG는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 계획을 발표하였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국가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정부와 재계도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서 새로운 산업전략 수립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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