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코로나 발원지는 우한 연구소?…중국 재조사 압박하는 서방국

입력 2021-06-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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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로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투명하게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가짜뉴스'라며 묵살됐던 이른바 '우한 연구소 기원설'이 최근 들어 미국 등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다시 제기되면서, 실제로 재조사가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콘월의 카비스 베이에서 막을 올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콘월의 카비스 베이에서 막을 올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G7 정상, "코로나19 기원 규명해야" 재조사 촉구

G7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의 카비스 베이에서 열린 정상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의 기원을 규명하기로 결의했다. G7 정상은 "적절하고 투명하며 전문가가 이끄는 과학에 기반을 둔 조사"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린 코로나19를 일으키는 환경 속 동물과 접촉한 박쥐 시장에서 유발됐는지, 실험 실패에서 비롯됐는지를 판단할 실험실(우한 연구소)에 접근하지 못했다. 정보 당국이 아직 확신하지 못해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그것에 대한 답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보당국에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90일 안에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른바 '중국 기원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에 힘을 실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끔찍한 전염병이 있다. 우리는 올바른 교훈을 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자들이 이 전염병의 기원을 찾기 위해 모든 것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WHO 국제 조사단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WHO 국제 조사단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WSJ "우한 연구소 연구원, 코로나 보고 이전 유사 증상으로 입원" 보도

중국 기원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이 기원설은 본래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처음 등장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WHO가 올해 초 중국 우한에 국제조사단을 보낸 뒤 "코로나19가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원설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2019년 12월 31일 전에 유사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의해 보도되면서부터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WSJ은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했으며, 이후 관련 내용들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WSJ은 이미 9년 전 중국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광산에 들어갔던 광부들이 코로나19 증세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24일 보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출 장소로 의심받고 있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이 현장을 방문해 바이러스 표본을 채취했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2012년 4월 중국 남서부 산악 지대의 한 광산에 광부 6명이 박쥐 배설물을 치우려고 들어갔다가 의문의 병을 앓았고, 이 중 3명은 사망했다. 현장에 투입된 WIV 과학자들은 광산의 박쥐로부터 샘플을 채취한 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했고, 이 바이러스가 WIV에서 흘러나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를 촉발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3일 중국이 병에 걸렸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직원들과 박쥐 동굴 출입 광부들의 의료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3일 중국이 병에 걸렸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직원들과 박쥐 동굴 출입 광부들의 의료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연합뉴스)

파우치 소장 "중국, 직원·광부들의 의료기록 공개해야"

이에 대해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3일(현지시간) 중국이 병에 걸렸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직원들과 박쥐 동굴 출입 광부들의 의료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우치 소장은 "2019년 아팠다고 보고된 3인의 의료기록을 보고 싶다. 정말로 병이 났던 것인가? 수년 전 병이 난 광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바이러스가 있었는가?"라면서 "코로나19의 기원이 그 동굴에 있었고 자연적으로 또는 연구소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보고서를 발표했던 WHO도 기원 조사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협조를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다음 단계 조사에서는 (중국의) 더 나은 협조와 투명성을 기대한다"며 "주지의 사실이지만 중국 측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첫 번째 보고서 작성 이후 미가공 데이터 공유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바이러스의) 기원을 정말로 알기 위해 제2단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보안요원들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밖에서 감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보안요원들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밖에서 감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 "실험실 유출 가설은 절대 불가능…미국의 정치화"

그러나 중국이 서방국가와 WHO 등의 재조사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보건당국은 12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 환구망 등에 따르면, 미펑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국가위건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과 코로나19 기원의 연관성에 대한 결론은 아주 분명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이란 가설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미 지난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기원을 찾는 것은 과학의 문제로, 정치화돼서는 안 된다"며 "감염병 상황을 빌려 오명을 씌우고 낙인을 찍으려는 언행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를 유지하며 2차례에 걸쳐 WHO 전문가를 초청해 기원 조사에 협력했다"며 "미국 등은 코로나19를 정치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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