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사모펀드(PEF)와 매각 계약을 체결한 매그나칩반도체의 매각 절차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미 양국의 규제당국이 본격적으로 매각에 따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가운데, 새로운 조건을 내건 또 다른 인수 제안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매그나칩은 인수 제안을 상세히 살펴보고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달 15일(현지 시간) 예정돼 있던 매각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도 최소 한두 달가량 밀릴 전망이다.
1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매그나칩반도체는 최근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들에게 코누코피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Cornucopia Investment Partnersㆍ이하 코누코피아)로부터 주당 35달러 공개매수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코누코피아는 영국 런던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사모펀드다.
주당 35달러는 기존 인수 주체였던 와이즈로드캐피털(주당 28달러)보다 약 25% 높은 가격이다. 총 매수 금액은 약 14억 달러(1조5828억 원)에서 16억6000만 달러(1조8550억 원)까지 오른다.
당장 다음날 매각 관련 특별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었던 매그나칩은 주총 일시를 미루기로 했다. 새 일정은 특별 주총이 열리기로 했던 일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다수 전례에 비춰보면, 주총 날짜는 한두 달가량 밀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법률·금융 자문위원과 새로운 인수 제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 금액 외에도 추가 투자 여부, 시설이나 인력 유지 조항 등을 두루 살펴서 이전 제안보다 유리한 조건인지 확인하는 식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인수자인 와이즈로드가 경영진과 임직원은 물론, 생산시설·IP까지 모두 한국에 유지할 것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내용이 검토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업계에선 새로운 인수 제안이 여러 암초를 만난 매그나칩 매각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매그나칩은 3월 중국계 사모펀드 매각을 발표했지만, 이어지고 있는 기술 유출 우려에 매각 절차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가 매그나칩 매각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매그나칩의 주력 제품의 기반이 되는 OLED 구동 기술을 국가핵심기술 영역 안에 추가했다. 어느 한쪽이라도 제동을 건다면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새로운 제안을 한 영국계 사모펀드로 인수자가 바뀐다고 해도, 기술 유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누코피아가 영국계 사모펀드긴 하지만, 돈을 대는 주요 출자자(LP)에 양고 파이낸셜 홀딩스(Yango financial holdings), 롬바디아 차이나 펀드(Lombarda China Fund) 등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자본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존 인수주체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의 경우 본사가 중국 베이징에 있었지만, 돈을 대는 출자자는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 펀드였다. 앞서 회사 측은 인수 제안을 한 여러 회사 중 와이즈로드를 매각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LP 중 중국 자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상황이 반대로 뒤집히는 셈이다.
회사는 매각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이사는 이달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모펀드의 인수 목적은 ‘엑시트’(기업 가치를 키운 뒤 재매각이나 상장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기 때문에 기술을 빼돌릴 이유가 없다"라며 "계속되는 기술 유출 우려가 답답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