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성 근로자들의 부담이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10일 나왔다. 일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사노동이 직장인 여성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여성 인력의 업무 몰입감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10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들의 커리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딜로이트 글로벌의 ‘우먼 앳 워크: 글로벌 전망’ 보고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전 세계 10개국, 18세 이상 64세 이하의 여성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설문에 응한 여성의 77%가 일터와 가정 모두에서 책임감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 중 59%의 응답자가 팬데믹 기간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각각 35%, 24%의 응답자가 육아와 부양가족을 돌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일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사노동이 직장인 여성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여성들의 동기부여와 업무 몰입도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여성들의 업무 만족도가 29%p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57%가 일과 개인 삶의 불균형으로 인해 2년 이내 직장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51%가 팬데믹 기간 동안 직장과 가정에서 늘어난 책임감으로 향후 커리어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직장 내 성평등 수준도 뒷걸음질 쳤다. 설문 조사에 응한 여성의 절반 이상이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과 성차별적인 행동을 경험한 바 있다고 대답했다.
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여성이 '경력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차별적인 행동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비포용적인 직장 문화가 업무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포용적인 직장 문화에서 일하는 여성 중 29%만이 업무 생산성에 대해 '좋음' 혹은 '아주 좋음'으로 응답했다.
반면, 선진적인 기업 문화로 평가받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의 약 70%는 생산성 부문에 '좋음' 혹은 '아주 좋음'으로 답했다.
이 경우 응답자의 72%가 직업만족도를 ‘좋음' 혹은 '아주 좋음'으로 표시했으며 70%가 2년 이내 이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용적인 근무환경을 갖춘 기업 및 조직에 대해 직원들은 높은 신뢰도와 충성도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미셸 파멜리(Michele Parmelee) 딜로이트 글로벌 부사장 및 최고인사책임자는 “지난 1년간 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있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개별적으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요인들이 합쳐져 엄청난 위력을 나타내는 현상)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기업이 조직을 재건하고 있는 지금, 다양성과 포용성, 평등을 우선순위로 두고 직장 내 여성들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하고, 이는 직장 내 성평등을 실현하고 여성 인재들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인규 한국 딜로이트 그룹 이사회 의장 및 ESG 센터장은 “기업 차원에서 여성 인력이 겪는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포용적인 조직문화는 여성 직원들의 업무 몰입감과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과 동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