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와 대기업 배당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번 돈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내유보율은 사상 처음으로 90%를 밑돌았다.
4일 한국은행이 2만6000여개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이하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 속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감기업 배당성향은 42.6%에 달했다. 이는 한은이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역대최고치다.
2018년 27.8%에서 2019년 34.6%로 껑충 뛴 이래 최근 2년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2019년(20.9%) 줄었던 배당률 역시 28.4%로 뛰었다. 반면, 사내유보율은 91.4%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과 대기업의 경우 배당성향(각각 52.9%, 51.2%)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겼고, 배당률(41.6%, 34.0%)도 역대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사내유보율(89.5%, 89.5%)은 사상 처음으로 90%를 하회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등 제조업 중심 대기업들의 배당성향이 강화한데다, 외국인 투자자 증가 등에 따른 배당요구가 맞물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특별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전체 배당금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발표한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결산법인 중 현금배당을 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093개사의 배당금 총액은 전년보다 12조2300억원(54.2%) 급증한 34조7827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삼성전자 특별배당금만 10조7000억원에 달했고, 반도체 제조업종 배당금은 전체 배당액의 40.9%에 달하는 14조2305억원을 보였다. 총 배당금 중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간 금액은 14조1349억원(40.6%)이었으며, 이중 삼성전자만 7조5789억원에 달했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일부 기업의 특별배당 등 제조업과 대기업 쪽에서 배당이 많았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늘어난데다 배당을 늘리라는 요구가 증가하는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