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한 여자친구를 감금한 상태에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지난달 28일 폭행·중감금치상·전자기록등손괴·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사기 혐의로 기소된 30대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 씨와 여자친구 B 씨는 지난해 5월 20일 오전 4시 30분께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B 씨의 전 남자친구 문제로 말다툼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화가 난 A 씨는 서울 중랑구 한 매장 인근에 승용차를 정차한 뒤 손으로 B 씨의 뺨과 머리를 여러 차례에 걸쳐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두고 봐라", "네 가족도 가만두지 않겠다" 등 폭언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겁에 질린 B 씨가 차에서 내려 도망가려 하자 잠금장치 버튼을 눌러 창문과 조수석 문을 잠그고 차를 출발한 뒤 또다시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네가 울면서 살려달라고 해도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어차피 헤어질 건데 절대 좋게 못 끝낸다" 등 위협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B 씨가 다시 조수석 문을 열고 탈출하려고 하자 이번엔 목을 조르며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고, 차가 노상에 잠시 정차한 틈을 타 B 씨가 도망치자 뒤따라 나와 재차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부근에서 A 씨가 잠시 정차한 틈에 창문을 통해 차에서 뛰어내렸고, B 씨를 따라가던 A 씨가 행인들이 쳐다보자 포기하고 돌아가면서 2시간여에 걸친 가혹 행위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A 씨는 B 씨가 도망치면서 차에 놓고 간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 등을 삭제하고, 자동 로그인되는 B 씨 계정의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에 무단으로 접속하거나 열람한 혐의도 있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폭행의 경위와 강도를 비춰볼 때 중감금죄에서 말하는 가혹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폐쇄된 공간에서 피해자가 느낀 공포와 불안의 정도가 극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혹한 행위를 가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사기 범행과 관련해 피해액이 적지 않은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A 씨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며 피해자들과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 씨 혐의 중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부분은 B 씨의 처벌 불원 합의서 제출로 공소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