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재계와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받고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4대 그룹 대표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재용 부회장 사면과 관련한 건의를 경청한 뒤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부회장 사면건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회장이 말을 꺼내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다른 참석자들이 부연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새 아이디어 공모와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며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달라고 에둘러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남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을 보탰고, 다른 기업 대표들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며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경제5단체장의 건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물었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달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관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은 올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판단하겠다”면서 “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소 누그러진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