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6%를 기록했다. 2012년 4월(2.5%)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정부는 달걀 수입물량을 5월 4000만 개에서 6월 5000만 개+알파(α)로 확대하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달걀 및 가공품 7종의 긴급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통계청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7.46으로 전년 동월보다 2.6% 올랐다고 밝혔다. 2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2.0%)를 웃도는 상승세다. 근원물가에 해당하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1.2% 각각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상승 폭이 전월 2.8%에서 3.3%로 확대됐고, 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 강세에 높은 상승세(13.0%)를 이어갔다.
품목 성질별로 상품에선 농산물(16.6%)과 축산물(10.2%), 석유류(23.3%)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중 석유류는 2008년 8월(27.8%) 이후 최고치다.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저유가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는 개인서비스(2.5%)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외식(2.1%)과 외식 외 물가(2.8%) 모두 비슷한 양상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외식은 구내식당 식사비가 가장 많이 올랐는데,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서 원가가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요 증가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게 개인서비스 상승세를 주도하는 양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품목을 보면 파(130.5%), 달걀(45.4%), 고춧가루(35.3%), 마늘(53.0%) 등 농·축산물 전반이 큰 폭으로 올랐다. 휘발유(23.0%), 경유(25.7%),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GP, 24.5%)도 상승률이 확대됐다. 서비스에서 집세는 전세가 1.8%, 월세는 0.8% 올랐다. 공공서비스의 국제항공료(13.9%), 개인서비스의 보험서비스료(9.6%) 등도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4~5월 고물가가 추세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충격 등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기관 모두 연간 상승률이 2%를 넘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상승 압력이 큰 만큼, 정부는 6월부터 즉시 추진 가능한 과제들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달걀 수입물량을 6월 5000만 개+α로 확대하고, 달걀 및 가공품 7종의 세율(기본 8~30%)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긴급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막걸리 등 가공용 쌀 2만 톤을 추가 공급하고, 돼지고기는 6~9월 가격 상승에 대비해 6월 중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이 밖에 조달청이 보유한 비철금속 할인방출물량을 대폭 확대한다.
이 차관은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물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