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차기 대선 앞두고 지지율 반전 목적"
마피아 보스 폭로, 집권당 뒤흔들어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6월 말 운하 착공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운하는 45km 길이로,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연결할 예정이다. 건설 자금만 150억 달러가 투입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운하 건설로 수천 개의 일자리와 부를 창출해 국가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교통량과 사고 위험 부담을 덜어내려는 조처다.
블룸버그는 2023년 대선을 앞두고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전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민심을 많이 잃었다. 취임한 지 4개월 된 중앙은행 총재를 자신과 다른 방향의 정책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해임하는 등 시장을 불안하게 했고, 그 결과 3월 총재 해임 후 미국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13% 이상 하락했다.
시장 불안에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4월 48%에서 올해 5월에는 32.3%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며 집권당 지지율 역시 50%를 밑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은 높은 금리가 인플레를 유발한다는 비전통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며 “2년 새 3명의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마피아가 연루된 부패 혐의까지 공개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마피아 조직 보스인 세닷 페커는 유튜브를 통해 전·현직 의원들의 부패와 마약 밀매, 성범죄 등을 폭로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뒤흔들고 있다. 현재 페커는 터키에서 도망쳐 아랍에미리트(UAE)에 거주하며 폭로 영상을 연달아 게재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년 통치 기간 이스탄불 신공항과 보스포루스 대교, 대규모 병원 등 거대 인프라 프로젝트에만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경기침체와 부패에 실망한 시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운하 건설이라는 카드를 새롭게 꺼내 든 것이다. 신설될 운하에는 여러 대교와 함께 50만 명 규모의 신도시도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운하 양쪽에 두 도시를 건설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스탄불의 아름다움과 전략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