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막대한 가계빚이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되면 부작용이 너무 커 이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국보다 금리인상이 빠를 수 있음도 시사했다. 3분기나 4분기 중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국내 기준금리는 작년 5월 이후 1년째 연 0.5%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해 3월부터 0∼0.25%의 제로금리를 유지해온 미국과 동조화(同調化)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백신 접종 확대로 경기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자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만간 테이퍼링이 진행될 공산이 크고, 다음 단계인 기준금리 인상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우리 통화정책도 이제 긴축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의 방향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문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우리 경제의 충격이 크고, 특히 막대한 빚을 안고 있는 가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걷잡기 어려운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한은의 ‘1분기 가계신용 통계’에서 3월말 가계부채 잔액이 1765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53조6000억 원(9.5%)이나 불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931조 원, 신용대출 등 735조 원이다. 코로나19로 벼랑에 몰린 저소득 가계의 생활자금 조달과, 부동산·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및 ‘빚투’(빚내서 투자)로 빚이 폭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금리인상은 곧바로 이자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우리 가계 빚은 변동금리의 비중이 70% 이상으로 금리 변동에 특히 취약한 구조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0.5%포인트(p)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5조9000억 원 늘어난다. 1%p가 뛸 경우 부담은 2배로 증가하고,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더 내야 할 이자도 5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미 시장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반영되면서 4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평균 2.91%로 작년말 2.79%보다 0.12%p 올랐다. 주담대 금리는 2.59%에서 2.73%로 0.14%p 상승했다. 이들 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은행권의 대출금리 상승이 더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은 이미 상수(常數)가 되고 있고, 충격의 가장 약한 고리인 가계 빚은 후폭풍을 몰고올 뇌관이다. 갈수록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가계와 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착륙 대책이 마땅치 않은 게 딜레마다.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정부와 가계의 인식이 우선돼야 하고, 통제 가능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금리인상 이전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으로 충격 흡수력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