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뒤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故 손정민 씨 친구 A 씨가 두 번째 입장문을 밝혔다. A 씨는 “손 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블랙아웃’을 겪어 8시간 동안 기억이 거의 없다”면서 “근거없는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A 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유한원앤파트너스의 정병원 변호사는 29일 “일부 잘못된 부분과 몇 가지 의혹들에 대해 바로잡고자 한다”면서 22쪽 분량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첫 입장문이 나온 지 12일 만이다.
정병원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14분께 A 씨가 손 씨와 새로 술자리를 시작한 시점부터 이튿날 오전 6시 10분께 한강공원에 부모와 함께 방문을 마치고 귀가하기까지 기억이 거의 없다”면서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춰 A 씨가 겪은 기억장애와 만취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손 씨를 만나기 전 다른 술자리에서 청주 2병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 씨 유족 측에서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제기한 의혹도 반박했다. 유족은 A 씨가 사건 당일과 이튿날 “손 씨가 언덕에서 신음을 내며 굴러 끌어올린 기억이 난다”는 등의 말을 했다며 손 씨가 물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A 씨가 알거나, 연관이 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이에 대해 A 씨가 1차 참고인 조사 때부터 ‘손 씨가 언덕에서 넘어지는 것 같은 장면’, ‘고인을 끌어올리러 가다 미끄러졌던 것 같은 기억’, ‘고인을 끌어올린 것 같은 기억’ 등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언덕과 강 사이 일정한 거리가 있고, A 씨에게는 물에 젖은 흔적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춰 언덕 부근에서 손 씨를 끌어올린 기억과 입수는 무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또 사건 당일 입고 있었던 티셔츠를 버린 이유에 대해 “낡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티셔츠는 2장에 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오래 입은 데다 낡은 상태에서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버린 것”이라며 “강남의 부유한 집이라고 해서 토사물이 좀 묻었다고 세탁조차 하지 않고 옷과 신발을 쉽게 버리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생활 방식의 차이가 의혹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지난 입장문에서 근거없는 억측과 제기, 신상털기 등을 멈춰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바 있음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부디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29일 방송되는 SBS TV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손 씨 사건을 다룬다. 제작진이 입수한 영상과 목격자 증언을 기반으로 사건 당시를 재구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