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 트기 ‘바늘구멍’… 케이뱅크 ‘독이 든 성배’ 들었나

입력 2021-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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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뱅크, 업비트 제휴 효과 톡톡 중단 언급 없어 계약 유지할듯

주요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에 발을 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국내 가상화폐 최대 거래소 업비트와 거래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는 여전히 계약과 관련해 연장이나 중단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제휴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성장세를 타고 있는 만큼 기존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하나·우리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코빗, 빗썸과 제휴를 맺고 있으나 향후 계약 연장 가능성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와 관련해선 선을 긋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나 지방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에 따른 리스크 부담 때문이다. 가상화폐 시장은 거래 변동성이 높고, 투자를 모집했다가 사라지는 사고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리스크를 은행이 모두 뒤집어 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신규 거래소 제휴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9월까지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은행과의 제휴 없이도 거래소를 운영할 수는 있지만, 금전 교환이 불가능하다. 대다수의 거래소가 퇴출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거래소 제휴 가능성이 높은 은행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 측은 공식적으로 “계약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업비트와의 제휴를 끊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증자 계획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에 한계에 직면하던 것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외연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특성상 쉽게 계좌를 열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 됐다.

4월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 고객 수는 537만 명으로 한 달 새 146만 명이 늘었다. 수신 잔액은 4월 말 기준 12조1400억 원으로 한 달 새 3조4200억 원이 늘었다. 아울러 케이뱅크는 이날 1조2000억 원대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자본금 규모가 1조 원도 미치지 못했던 케이뱅크는 증자로 2조 원대의 은행으로 성장하게 됐다.

가상화폐는 긍정과 부정 평가가 나뉘고 있으나, 시장 성장 측면에선 분명히 좋은 먹거리로 평가받는다. 케이뱅크가 제휴맺고 있는 업비트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에서 최대 규모다.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특금법 이후 제도화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메이저 시장으로 재편되면 케이뱅크로서는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거래소는 상품과는 다르게 보통 보수적으로 이용한다. 고객 이탈이 많지 않은 이유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의 리스크는 케이뱅크에도 고민거리다. 최근 가상화폐 급변동으로 투자자 손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200여 개로 알려진 가상화폐 거래소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으로 무더기 폐업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문제다. 외연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를 지적받는 이유다.

케이뱅크 측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기존 치중된 사업 규모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증자 이후에는 여수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전월세 보증대출 등의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앞으로 1회성 상품보다는 기존 주주사와의 협력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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