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 시작으로 당국의 압박 더 강해질 듯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 D.C. 검찰은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반독점법을 근거로 워싱턴 D.C.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제3자 소매업체들이 다른 플랫폼에서 제품을 더 싼 값에 내놓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둬 사실상 불법적으로 독점 권한을 유지했다. 아마존은 제품 가격의 최대 40%에 해당하는 사이트 수수료를 제3자 소매업체들에 청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마존은 다른 사이트에서 자사에 제공했던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았던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업체 제품을 플랫폼에서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비판이 커지자 ‘가격 동등성 조항’이라고 불리는 이 계약 조항을 2019년 없앴으나 이후 ‘공정 가격 책정 규정’으로 이름만 바꿔 재등장시켰다. 결국 이 때문에 온라인 소매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가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이 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칼 라신 워싱턴D.C 검찰총장은 “이러한 제한을 통해 아마존은 독점력을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라신 검찰총장은 “2019년까지 판매업체가 온라인에서 더 낮은 가격과 더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면서 “아마존은 이 정책을 이후 없앴지만,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 독점력을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판매업체는 우리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가격을 직접 정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반독점 혐의로 피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은 워싱턴 D.C의 법률에 근거해 제기돼 연방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된 페이스북과 구글과 달리 소송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라신 총장은 다른 주 정부의 제소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지금까지 관련 조사와 제소 모두 워싱턴 D.C만 진행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설득력을 키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아마존에 대한 규제 당국의 압박이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아마존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최근 의회에서도 아마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이날 소송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소송이 워싱턴D.C. 차원에서만 제기된 것과 관련해 “연방정부가 더 빨리 행동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제3자 기업의 데이터를 부정 이용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제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