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유통업계 M&A 명암...성공한 인수합병 따로 있다

입력 2021-05-25 05:00 수정 2021-05-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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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5-2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유통업계의 M&A(인수·합병)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M&A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큰 폭의 성장을 이룬 사례가 있는 반면 업황 전반의 부진으로 인수 전보다 외형이 축소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인수 시점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는 사모펀드의 경우 인수한 기업이 부진에 빠져 재매각에 난항을 겪는 일도 빈번하다. 사모펀드들은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사모펀드들마저 좀처럼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석용의 매직’처럼 성공한 M&A는?= LG생활건강의 M&A는 ‘차석용의 매직’으로 불린다. 차석용 부회장 취임 후 활발한 M&A를 펼치면서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매년 화장품, 음료 부문에서 활발한 M&A를 단행한 결과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 자리를 꿰찼다.

차 부회장 취임 전인 2004년 LG생활건강의 매출은 9526억 원에 그쳤다. 그러나 2007년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더페이스샵, VDL(옛 VOV화장품), CNP코스메틱, 해태음료, 영진약품 등을 품은 LG생활건강은 음료·생활용품·화장품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매출(연결기준)은 7조 8445억 원으로, 차 부회장 취임 후 16년 동안 매출만 8배 이상 커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사들이면서 사상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화장품 왕좌에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화장품 사업 M&A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비디비치 인수를 시작으로 자체 화장품 브랜드와 M&A를 병행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스위스 명품 화장품인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하며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했다. 2012년 비디비치 인수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 매출은 19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680억 원까지 늘어나며 정유경 신세계 부회장의 중장기적인 경영전략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경쟁 유통기업들과 다른 방향으로 M&A를 펼치고 있다. 대다수가 이커머스에 집중할때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에 입점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식품, 홈퍼니싱, 패션에 주목했다. 2012년 한섬과 현대리바트 인수를 시작으로 SK네트웍스 패션 부문, 한화L&C, 클린젠코스메슈티칼, SK바이오랜드 등을 추가로 인수했다. 대표적인 폐쇄몰인 복지몰 이지웰 인수는 기존 유통채널과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를 씻어내는 신의 한수로 꼽힐 정도다.

bhc치킨도 외식업계에서 성공적인 M&A 사례로 거론된다. 2013년 BBQ가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할 당시 매출은 826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매출은 4004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2018년 박현종 회장이 bhc를 인수하면서 로하틴 그룹은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엑시트’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 역시 빙과시장 점유율을 40%대까지 끌어올려 빙과 ‘투톱’ 체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M&A로 평가받는다. 다만 인수 후 실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모펀드의 아픈 손가락 홈플러스·놀부=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후 장기 보유하는 사례는 드물다. 기업가치를 올린 후 되파는 사모펀드 특성을 감안하면 장기보유는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국내에서 사모펀드(모건스탠리)가 최장기간 보유한 기업이 된 놀부는 10년째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오렌지라이프 등 굵직한 M&A로 주목받은 MBK파트너스는 이들 기업을 5년 내외에 재매각했지만 홈플러스는 7년째 장기보유 중이다.

홈플러스의 2019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은 전년보다 4.7% 감소한 7조 3002억 원, 영업이익은 38.4% 감소한 1602억 원을 기록했다. 이커머스에 밀려 대형마트가 고전하고 있다지만 이마트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 대조된다. 2015년 영국 테스코그룹으로부터 7조 원대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재매각이 난항을 겪자 돈이 되는 알짜 매장 부동산을 매각하는 자산 유동화 방식으로 자금회수에 나선 것이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을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1조 원 수준이다.

2012년 모건스탠리가 인수한 놀부는 당시만 해도 한식 프랜차이즈 대표주자였다. 인수 직전 해인 2011년 1084억 원의 매출로 1000억 고지를 밟았지만 인수 첫 해부터 매출이 794억 원으로 곤두박질쳤고 2019년엔 716억원으로 10년래 최저였다. 놀부가 최악의 실적을 내는 동안 메인 브랜드인 부대찌개와 보쌈 매장도 100개 가량 줄었다. 다만 최근 배달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오프라인 화장품 시장이 재편되면서 매력도가 떨어진 브랜드도 있다. 에이블씨엔씨와 스킨푸드는 사모펀드에 매각된 지 3년 내외지만 벌써부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프라인 화장품 유통 주도권이 편집숍으로 넘어간데다 코로나 19 타격까지 겹치면서 에이블씨엔씨는 인수 직전년도인 2016년 4300억원대 매출이 지난해 3000억원 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종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도 “일부 업종은 과거의 영광만 생각하다 인수 후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래 트렌드를 내다보는 선제적인 투자 관점에서 D2C기업을 비롯한 온라인 기반 기업들의 투자가치는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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