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승계 계획안으로 지목한 ‘프로젝트G 보고서'의 실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계속된 증인신문에서 일부 질문에 대해 유도신문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ㆍ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 2차 공판기일에 이어 전 삼성증권 직원 한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한 씨는 삼성증권에 근무할 당시 삼성미래전략실과 함께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을 검토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자문했고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검찰은 이날 한 씨가 삼성증권 근무 당시 작성한 문건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검찰은 “매일 정기적으로 합병 비율을 보고했냐”, “미전실에 직접 보고했냐” 등 재차 질문 했지만 한 씨는 대부분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은 “한 문장에 질문이 세 개가 들어있다”면서 “유도신문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인이 헷갈릴 수 있으니 세 가지 이슈를 각각 나눠서 질문해달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누가 유도신문 했냐”면서 “증인이 다 이해하고 답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이의제기했듯이 되도록 짧게 묻고 답을 길게 듣는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중재했다.
검찰은 한 씨가 2014년 7월 작성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문건을 보이며 "고(故) 이건희 회장이 같은 해 5월 쓰러진 것을 고려해 2012년 작성했던 프로젝트G를 업데이트한 것 맞나"라고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한 씨는 "정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요청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요청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다고 대답했는데, 요청은 미래전략실이 했다는 뜻인가"라고 재차 묻자 한 씨는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검토할 때는 미전실과 대응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공개한 2014년 지배구조 이슈 문건에는 주요 변수로 △상속세 재원 조달 △법정 상속 이슈 △에버랜드, 금융지주사 이슈 등 세 가지 세부항목이 명시됐다.
검찰은 “상속세 재원 조달에는 승계된 주식을 매각해서 재원 조달이 필요할 땐 지배구조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법정 상속 이슈에 대해선 이부진ㆍ이서현 두 자매가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한다는 중심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씨는 “배경은 잘 모르겠다”며 “계열 분리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가정해보고 검토해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2차 공판기일에 마무리하지 못한 검찰의 주신문이 진행됐다. 오후에 변호인단이 반대신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주신문이 길어져 지연되고 있다.
한 씨는 2차 공판기일에서 프로젝트G를 작성한 이유를 "대주주의 그룹 지분율을 높이려는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회사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준비하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 합병 등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을 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형이 확정돼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며 내년 7월 만기 출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