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온 깨끗한 물을 상품화한 생수가 판매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자연에 해를 끼치게 된 아이러니한 현실이 안타깝죠. '무라벨 생수' 같은 상품을 확대해 소비자의 상품 선택만으로도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송경화 음용식품팀 MD(상품기획자)는 최근 출시된 후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무라벨 생수' 제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CU가 2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선보인 무라벨 PB(자체상표) 생수 ‘HEYROO 미네랄워터 500㎖’는 ‘친환경은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깬 상품으로 평가된다.
송 MD가 무라벨 PB생수를 기획하게 된 시발점은 '남편의 불만'이었다. 그는 "거주 중인 아파트가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제' 시범 아파트로 선정되며 생수 병의 라벨을 제거한 후에만 분리배출이 가능했다"며 "평소 군말 없이 분리수거를 도맡아 하던 남편이 '번거롭다'는 불평을 하기 시작해 무라벨 생수를 떠올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분리수거가 쉬운, 편리한 친환경 생수'를 생각하며 국내 시장을 조사해 보니 무라벨 생수 제품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기존 제품은 대부분 번들 형태로 묶음 포장 비닐 위에 상품 정보를 기입해 판매하고 있었다. 제품명, 수원지, 유통기한 등을 반드시 표기해야 하는 생수 제품 특성상 라벨을 아예 없앨 순 없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도입하자니 소용량 생수의 낱개 판매가 전체 생수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 실정에 맞지 않는 게 문제였다. 송 MD는 "페트병 몸통에 레이저로 기입하는 방식, 뚜껑에 인쇄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 방안을 테스트했고, 최종적으로 '페트병 뚜껑에 라벨을 밀봉하는 방식'이 선택됐다"며 "고객이 라벨 제거를 위해 별도의 행동을 할 필요 없이 생수를 마시기 위해 병뚜껑을 여는 것만으로 라벨을 제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편리한 무라벨 생수의 등장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무라벨로 디자인을 교체한 뒤 한 달 만에 HEYROO 미네랄워터 매출은 전년보다 78.2%나 '껑충' 뛴 것이다. 같은 기간 기준 생수 카테고리 전체 매출이 20.4% 신장한 것과 비교하면 3.8배나 높은 수치다.
이같은 소비자 반응은 유통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소비 주체로 급부상한 MZ세대의 소비 패턴 덕분이다. MZ세대는 이른바 ‘미닝아웃’ 소비를 지향한다. 미닝아웃이란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신조어로, 자신의 신념을 소비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송 MD는 "뜨거운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다음달 중에 'HEYROO 미네랄워터' 1ℓ와 2ℓ 제품에도 무라벨 패키지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