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코인때문에 퇴사합니다"

입력 2021-05-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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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 코인 덕에 드디어 대기업에서 퇴사합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와 화제가 된 글이다. 코인 투자로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코인 투자 성공기이겠거니 하고 글을 열어봤다.

반전이었다. 게시글에는 “업무 중 지속 휴대폰 사용, 재택근무 중 자리 비움으로 인한 업무 태만으로 권고사직 당했다”는 웃픈 고백이 담겨있었다.

이 글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코인 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돈을 벌면 번 대로, 잃으면 잃은 대로 온통 코인에만 신경이 쓰여 일상을 살아가기 힘들다고 고백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신혼집 마련을 위해 코인 투자에 나섰다는 후배만 봐도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출근을 해서도 점심을 먹을 때도, 저녁 자리에서도 온통 코인 얘기뿐이다. 전문가들도 코인 과몰입은 도박중독 증상과 유사하다며 과도한 코인 투자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인에 빠진 젊은이들을 무작정 말릴 수 없는 것 역시 현실이다. 자산, 소득, 일자리 등에서 기성세대에 밀리며 성공보다 좌절이나 박탈감을 먼저 느낄 수밖에 없는 이들 젊은 세대에게 코인은 마지막 동아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투기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암호화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체도 분명하지 않은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에서 ‘돈 넣고 돈 먹기’ 식의 투기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시장이 변질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수많은 젊은이들이 재테크를 위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투기판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있을까.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는 식으로는 젊은 세대를 보호할 수 없다.

코인이 투기라면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 사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앞서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7년 당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서민의 마지막 희망 사다리까지 걷어찬다는 성난 여론에 밀려 유야무야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당시 정부는 시장을 끌어안지도, 버리지도 못했다. 투기를 옹호한다는 비난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기술발전의 산물을 막는다는 비판이 맞물리면서다.

4년 전 투기 광풍이 재현되고 있는 지금,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또 왔다. 다행히 정부와 여당이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내놓고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 4년 전 발표에서 크게 나아지질 못했다는 점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으니 해결책이라고 크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정부는 아직도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암호화폐가 가진 자산가치를 인정하고 나아가 투자상품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상품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투기 광풍을 잠재울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당장 주무 부처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또 골든 타임을 놓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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