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이 반도체 업계 최초로 4조2교대로 근무 형태 전환을 검토한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선호도가 부쩍 높아진 현장직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결과다.
정유·화학 업종 내 일부 기업에서 4조2교대 전환이 이뤄진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근무형태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이달 중 경상북도 구미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4조2교대 시범시행(파일럿) 체제에 들어간다. SK실트론 구미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원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한다.
시행 기간은 두 달이다. 7월 내 파일럿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직원들의 의견을 다시 취합해 근로 형태 전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SK실트론 관계자는 “4조2교대로 근무 형태를 바꾸는 시범 시행을 앞둔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 도입 여부가 확실하게 결정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4조2교대 시범시행 논의는 사내 익명게시판인 ‘행복아젠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시판에 4조2교대 전환을 건의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회사 측은 파일럿 프로그램 마련에 착수했다.
구성원의 행복 증진 차원에서 원하는 근무형태를 직접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4조2교대를 도입하면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 조는 주간과 야간 각각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방식이다. 기존 4조3교대와 비교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동시에 휴무일도 80일 이상 늘어난다.
그러면서도 연간으로 따지면 총 근무시간은 같다. 보충 인원 필요 없이 출·퇴근 일수를 줄일 수 있어 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나 정유·화학회사들은 대부분 4조3교대 근무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4조2교대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속속 생기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에쓰오일이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2018년 12월 4조2교대를 시범 시행한 뒤 약 2년 만에 제도가 최종적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초 4조2교대 변경을 추진하기 위한 노사 협의체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