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이틀 연속 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주 약세 영향에 외국계 자금 이탈이 확인됐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기술주 중심 증시’라는 대만과의 공통분모로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강세를 보였던 민감주 및 금융주에도 차익 시현 압력이 작용했다”면서 “기술주 약세의 핵심은 고 밸류 종목이 가진 할인율 상승에 대한 취약성”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 연구원은 “물가 상승이 증시 할인율을 높여 미래 현금흐름 부분이 큰 성장주 현가의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난다”면서 “일각에서는 대만 방역 단계 격상으로 반도체를 위시한 산업 생산 제약 우려와 미국의 반도체 연합 결성이 한국 및 대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4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면 다른 고비는 4월 소비자물가 지표다. 미국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재차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 연구원은 “기저효과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예상치보다 강한 물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미국 연준 인사들은 지난 11일 통제 가능한 일시적 인플레이션, 전망보다 결과에 기반을 둔 정책 수립이라는 공통된 어조로 정책 기조 유지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달랐다”고 말했다.
기술주가 변동성 장세를 지나는 동안 주도주 컨셉이 민감주, 금융주 등 ‘리오프닝(reopening)’으로 바뀌었다. 2~3월 금리 변동성 국면을 지나면서 금융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대비 상대강도가 올라갔고 소재가 뒤를 이었다. 빅 테크 주식은 대체로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원은 “중국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원자재 가격 강세로 전년 대비 6.8% 상승했다는 점도 경계심을 키웠고, 미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예상치는 3.6%로 10년 만에 최고치다”면서 “증시는 이미 높은 물가 압력을 반영하며 대부분 업종에서 차익 시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 예상보다 강한 수치가 나온다면 추가적인 증시 변동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물가’라는 변수에 계속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연준과 시장 참여자의 인식이 합치되기 전까지 노이즈로 작용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내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미 국채 10년물 실질금리는 금리 변동성 국면을 지나면서 -0.9%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자산 시장 과열 우려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증시 자금 이탈을 논하기에는 아직 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부담과 이익 모멘텀은 국내 증시의 하방을 지지한다”면서 “국내 증시는 이익 모멘텀도 양호하고 향후 개선 기대감도 유효하다고 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