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2023년에야 전 세계 집단면역 형성” 전망
집단면역 도달 안 해도 감염 억제하면 경제 회복 가능 주장도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제 정상화를 위한 ‘집단 면역’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구의 60~80%가 바이러스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이 이뤄져야 경제 회복이 비로소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반드시 그 정도까지는 도달하지 않아도 경제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역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질병에 대해 인구의 60~80% 이상이 항체를 가지게 된다면 집단면역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둘러싼 경제학계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은 곳은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영국의 인구 60%가 이미 항체를 가진 것으로 추산했다. 무증상으로 감염됐다가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60%는 항체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은 오는 8월까지 인구의 6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일부 신흥국도 감염으로 인한 높은 수준의 자연 면역으로 집단면역에 가까워진 상태라고 봤다. 최근까지 코로나 확산으로 몸살을 앓았던 페루에선 이달 초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72%, 멕시코는 58%가 항체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며 경제 성장과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떨어져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면역을 갖추는 집단면역이 2023년은 돼야 달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트리나 엘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전에 일부 국가에서 경제가 회복될 수 있지만, 집단면역이 없다면 그 회복세는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타이머 베이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디스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베이그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정상화 궤도에 오르기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 모두 (팬데믹이) 일시적이기를 바라고 있었고 2022년 정도면 경제가 웬만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DBS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5.6%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보다 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집단면역이 경제 정상화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의 데이 탠 이코노미스트는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중국과 대만의 경우를 예로 들며 “집단면역이 경제 정상화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며 “감염률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경제 회복을 향한 첫 발을 내디딘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프레드릭 노이먼 HSBC 아시아 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집단면역과 경제 회복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화하고 있다”며 “집단면역은 인구의 70%가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기 전까지 이뤄지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 수치가 50%만 돼도 코로나19로 경제 회복이 중단되는 일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