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바꿔 단 회사에 이전 회사 대표이사의 개인 채무 변제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 씨가 B 사를 상대로 낸 동산인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C 씨는 공장 건축 등 과정에서 A 씨에게 돈을 빌려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다 폐업하고, 영업 목적과 소재지가 같은 주식회사 B 사를 설립했다. 대표이사 직은 아버지에게 넘겼고, 기존 회사의 자산과 부채, 영업재산 등을 모두 양도했다. 다만 A 씨에 대한 채무는 양도하지 않았다.
A 씨는 1억4000여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행각서의 채권자는 남편이라고 해석될 뿐 원고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면서 부가적으로 A 씨가 채권자라고 하더라도 B 사와 기존 개인 사업체의 법적 성질 등이 달라 C 씨 등이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채무 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해 회사제도, 법인격을 남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B 사가 A 씨에게 1억4000여만 원 등을 지급하도록 했다. C 씨가 기존 개인 사업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설립해 가족과 함께 이를 지배하면서 영업자산을 정당한 대가 지급 없이 이전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행각서상 채권자는 A 씨가 아니라는 1심 판단은 유지했으나 A 씨의 이름이 적힌 사실확인서상 채무를 바탕으로 한 예비적 청구를 인정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의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회사 설립 관련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회사 설립 전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됐다면 그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됐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됐는지 여부, 제3자에 대한 회사의 부담 여부와 경위 등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