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은 작년에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책상 위에서 꽃을 피우고 난 뒤, 역시 옥상에 옮겨 심어졌다. 한여름엔 알뿌리를 다시 캐어 그늘에 두었다가 늦가을에 다시 옮겨 심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옥상에서 튤립 꽃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정작 알뿌리마다 한두 잎만 삐죽 내민 채 더 이상 크지 못하고 그중 하나만 어렵사리 꽃을 피웠다. 빨간 꽃송이 하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게 예쁘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만 하다.
옥상 정원 그 아래 네 개 층에는 다소 까다로운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조현병, 조울병으로 마음이 아픈 이들로, 정신과병원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해 몇 달간 머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고 아직은 사회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마치 우리 정원의 튤립처럼.
며칠 전 오후에 출장이 있어서 허겁지겁 2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투명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묵묵히 밥을 먹던 철민 씨가 “선생님, 이 기관에서 얼마나 일했나요? 우리 같은 사람이랑 일하시는 게 힘들겠네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왔다. 철민 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청년으로 두 달 전 입소했다. 말수가 거의 없었던 그가 오늘 처음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다. “힘들지만 그래도 즐거울 때도 있어요. 지금처럼 철민 씨에게서 느끼는 작은 기쁨 같은 거 말이죠.” 그래, 옥상정원 아래층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구나. 이날 귀하고 예쁜 튤립 꽃을 식당에서 보았다.
우리 주변에는 지역사회라는 생태에 잘 적응하여 무스카리처럼 무난히 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지만, 튤립처럼 무언가 조건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며 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어렵게 피어나는 꽃은 분명히 더 소중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