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우리마을의 봄

입력 2021-05-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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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분당선 수원시의 한 역 근처에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이 있다. 빌라형의 기관 건물 옥상에는 화초를 심은 작은 정원이 있다. 여기서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무스카리와 튤립을 소개한다. 무스카리는 재작년 봄에 포도송이 같은 연보라 꽃이 예뻐서 화원에서 하나 사왔었다. 책상 위에 두고 꽃을 보다가 옥상 정원에 옮겨 심고 나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듬해 봄, 그리고 올봄 그 자리에 꽃망울을 삐죽 내밀고 앙증맞은 꽃을 피웠다.

튤립은 작년에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책상 위에서 꽃을 피우고 난 뒤, 역시 옥상에 옮겨 심어졌다. 한여름엔 알뿌리를 다시 캐어 그늘에 두었다가 늦가을에 다시 옮겨 심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옥상에서 튤립 꽃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정작 알뿌리마다 한두 잎만 삐죽 내민 채 더 이상 크지 못하고 그중 하나만 어렵사리 꽃을 피웠다. 빨간 꽃송이 하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게 예쁘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만 하다.

옥상 정원 그 아래 네 개 층에는 다소 까다로운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조현병, 조울병으로 마음이 아픈 이들로, 정신과병원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해 몇 달간 머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고 아직은 사회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마치 우리 정원의 튤립처럼.

며칠 전 오후에 출장이 있어서 허겁지겁 2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투명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묵묵히 밥을 먹던 철민 씨가 “선생님, 이 기관에서 얼마나 일했나요? 우리 같은 사람이랑 일하시는 게 힘들겠네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왔다. 철민 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청년으로 두 달 전 입소했다. 말수가 거의 없었던 그가 오늘 처음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다. “힘들지만 그래도 즐거울 때도 있어요. 지금처럼 철민 씨에게서 느끼는 작은 기쁨 같은 거 말이죠.” 그래, 옥상정원 아래층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구나. 이날 귀하고 예쁜 튤립 꽃을 식당에서 보았다.

우리 주변에는 지역사회라는 생태에 잘 적응하여 무스카리처럼 무난히 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지만, 튤립처럼 무언가 조건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며 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어렵게 피어나는 꽃은 분명히 더 소중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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