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유튜브 주식채널]②“멤버십을 취소하자 유튜버가 갑자기 종목명을 외쳤다”

입력 2021-05-03 14:13 수정 2021-05-0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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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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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못해요, 이미 우리가 추천한 종목 들었잖아요.

#. 단타 종목을 추천하는 유튜브를 구독하는 이모 씨. 최근 그는 해당 유튜버가 운영하는 유료 리딩방에 가입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리딩방에 가입한 바로 다음 날, 전화로 해지를 요청했는데 유튜버가 느닷없이 ‘종목명’을 외친 것.

그 유튜버는 “우리 정보를 알게 된 이상 해지하려면 위약금에 정보 이용료도 내야 한다”며 오히려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이 씨가 ‘사기꾼’이라고 지적하자 유튜버는 “모욕죄로 고소하겠다”며 맞받아쳤다. 길어지는 말싸움에 그는 되레 위약금을 주고 상황을 일단락하기로 했다.

‘종목 무료 추천’이라는 문구를 내건 유튜브 ‘미끼’ 영상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수익률과 종목 적중률 등 근거 없는 실적을 내세워 보통 수백만 원의 이용료를 지불하도록 유인하는 경우가 다수다. 종목 추천 경로 역시 다양해지고 있어 적발도 쉽지 않아졌다. 전문가들은 채널 운영진의 매매 지시를 따르는 이른바 ‘군집 행동(herd behavior)’을 우려했다.

"한탕 낚으려다 낚인다"...유튜브로 둥지 튼 리딩세력
3일 유튜브 분석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무료주식리딩’을 주제로 한 국내 유튜브 채널은 2059개로 집계된다.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 상당수는 ‘멤버십 가입비’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유튜브의 멤버십 제도는 구독자 1000명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채널이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유료회원제’다. 유튜버가 등급별 금액을 직접 설정하면 해당 채널의 멤버십 가입자는 매월 유튜버에게 돈을 내는 구조다. 4900원부터 10만 원이 넘는 패키지까지, 구독료 범위는 다양했다. 한 패키지는 텔레그램을 통한 리딩 종목 추천, 매매 기법 교육 등으로 구성됐다.

멤버십을 운영 중인 한 리딩 채널은 “수익률은 1년 평균 60~100% 정도를 지향한다”며 “VIP 이전 단계 회원은 원칙상 1종목만 말씀드리고 있지만, VIP는 언제든지 종목 상담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문제는 일부 채널이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불법 투자자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리딩방은 인가받은 금융회사가 아니라서 금융 전문성과 투자자 보호장치 등이 사전에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심지어 상당수는 투자자문과도 무관한 ‘일반 사업자등록증’을 버젓이 내걸고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든 일반인이든 돈을 받고 주식 투자 상담을 일대일로 진행하는 행위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법령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실체가 없는 곳들도 있다. 이투데이가 리딩 패키지를 판매하는 유튜버가 게시한 한 사업자 번호를 조회한 결과, 작년 4월부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벤트 안내’라는 페이지에선 계좌 이체 번호를 남겨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었다.

유튜브 리딩방, ‘주식 불나방’ 개미 노린다
유료회원으로 덜컥 가입했다가 투자금 대부분을 잃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용료 환급을 거부하거나 위약금을 과다 청구한 경우도 다반사다.

직장인 김모 씨는 “시황이 크게 요동칠 때도 유튜버와 운영진들은 ‘최대 100% 수익’을 내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불안한 마음에 질문하면 '이러면 투자 못 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라며 후회했다.

채널들이 홍보한 내용과 달리 막상 수익률도 좋은 편이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조회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인기 주식 채널 2곳을 선별해 특징을 분석한 결과, 주식 채널에서 긍정적으로 언급된 종목은 당일 시장수익률을 평균 0.82% 웃도는 수익률, 부정적으로 언급된 종목은 시장수익률을 평균 1.76%를 밑도는 수익률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단독 추천' 등 이른바 '썸네일' 문구에 현혹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유튜브는 유망한 종목 발굴보다는 사후적인 소개가 주를 잇는다고 진단한다. 즉, 이미 증시에서 주목받는 종목을 취합해 개인투자자에게 소개한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초과수익률을 거둔 대부분의 종목 역시 유튜브에서 다루기 전부터 거래량이 급증한 데다 이미 주가는 오른 상태로 조사됐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채널 구독자들의 ‘군집 행동(herd behavior)’도 우려했다. 유튜브 채널의 정보를 따르는 군집 행동이 자칫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거래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집 행동은 위기 국면에서 시장충격을 촉발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유튜브 이용한 '불법 주식리딩방' 퇴출한다"

유튜브가 불법 주식 리딩방의 주요 창구로 거듭나자 금융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2일 금융 당국은 멤버십 서비스 등 투자자에게 직접 대가를 받는 유튜브 등 개인 방송은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대상이라는 점을 유권해석으로 명확히 했다.

다만 광고 수익만 받으면 미신고 영업이 가능하다. 최근까지 ‘유튜브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법적 해석이 불분명했다는 점을 고려해 7월 말까지 신고를 위한 유예 기간(3개월)을 두기로 했다. 이후 적발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진입·영업·퇴출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허위 신고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신고 서식상 영업 방식을 온라인 실시간 방송이나 온라인 동영상 업로드, 모바일 앱 등 신종 영업방식을 반영해 세분화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운영진의 매매 지시를 따르다가 주가조작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상민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팀장은 "대가성을 기반으로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개별적으로 투자를 자문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주식리딩방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도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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