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가상화폐) 과세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대주주 논란’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 과세할 방침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기재부 장관)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과세는 (투자자 보호와) 별개의 문제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의 근거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이다. 이는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하느냐와 별개의 문제다.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현행 세법은 도박이나 뇌물, 횡령 등 불법적인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고 있다. 자산의 성격보다는 소득 발생 여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방식이 유사한 주식과 비교하면 가장자산에 대한 비과세는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기업의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되는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도박적 성격이 강하다.
이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지방세 제외)로 분리과세할 계획이다. 기본공제는 250만 원이며, 1년간 가상자산 투자에서 발생한 소득과 손실을 합산하는 손익통산을 적용한다. 여러 가상자산에 투자해 한 곳에서 수익을 봤지만 다른 곳에서 더 큰 손실을 봤다면 세금이 ‘0원’이 된다.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이는 지난해 대주주 논란 때와 가장 다른 점이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대주주 기준 보유액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려 했으나, 여당은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이에 홍 부총리가 사의 표명까지 꺼내 들었으나, 결국 여당의 요구대로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반면,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선 당·정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는 해야 한다”며 “따로 조세를 감면하면 국가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건 특혜를 달라는 얘긴데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인 고용진 의원도 지난달 29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양도소득 과세 시기만을 놓고 가상자산을 주식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신 가상자산 투자자의 상당수가 20·30대인 점을 고려해 이들을 보호하는 입법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인 이용우 의원은 조만간 가칭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발행업체에 예치금을 별도 보관하도록 하고, 거래소에 투자자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는 게 공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도 싱가포르 등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에서 관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