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조상묘를 관리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더라도 땅 주인이 요구하면 토지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전합은 29일 A 씨 등이 B 씨를 상대로 낸 지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제가 된 땅에는 1940년 사망한 B 씨의 조부와 1961년 사망한 부친의 분묘가 설치돼 있었다. B 씨는 현재까지 이를 수호·관리해왔다.
A 씨 등은 2014년 경매를 통해 토지 일부 지분을 획득한 다음 B 씨에게 토지사용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B 씨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만큼 토지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맞섰다.
분묘기지권은 다른 사람의 땅에 설치된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해당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로서 관습법에 따라 인정된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더라도 20년 이상 강제적인 방법 없이 공연하게 분묘를 관리하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수 있다.
1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부터는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전합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립한 분묘기지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토지 소유자가 일정 범위에서 사용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분묘기지권의 관습법은 조상숭배사상과 매장 중심의 장묘 문화 등 역사적·사회적 배경 하에 분묘를 둘러싸고 장기간 형성된 법률관계를 존중해 분묘가 존치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합은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판단할 때도 이러한 취지를 존중해 토지 소유자의 이해관계와 함께 분묘기지권의 신뢰나 법적 안정성을 조화롭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