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직면한 미국, 인구 증가율 역대 두 번째로 낮아

입력 2021-04-27 16:05 수정 2021-04-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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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2008년 이후 계속된 하락 끝에 사상 최저
이민자 유입 감소·인구 고령화 문제까지 겹쳐
80세 이상 고령층이 2세 이하 유아보다 많아
“유럽·동아시아처럼 심각하고 고질적 문제 될 위험”

미국도 동아시아, 유럽과 마찬가지로 인구절벽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출산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이민자 유입마저 줄어들면서 인구 증가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지난해 4월 1일 기준 미국 인구는 3억3144만9281명으로 10년 전보다 7.4% 증가했다. 이는 미국이 인구 통계를 시작한 이래로 대공황이 강타했던 1930년대(7.3%)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다. 미국은 10년마다 인구 조사를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공황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1930년대는 미국 역사상 가장 저조한 증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후 경제의 가파른 회복과 함께 출산율이 오르면서 인구도 금세 높은 증가세를 되찾았다. 그러나 현재 출산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백인 인구의 고령화, 이민자 유입 둔화 등의 복합적 문제까지 얽히면서 인구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미국의 2019년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73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못 미친다.

또 미국 인구 증가에 큰 기여를 했던 이민자 유입도 감소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제프리 파셀 인구통계학자에 따르면 신규 이민자 유입률은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세를 멈추더니 급기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파셀은 “멕시코인의 유입을 막은 것이 신규 이민자 유입 증가율이 멈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구 증가 속도 둔화가 계속된다면 미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유럽과 동아시아처럼 장기적이고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올렸다. 즉 인구절벽이 미국 경제의 새롭고 어려운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UC버클리의 인구학자인 로널드 리는 “이는 큰 문제”라면서 “앞으로도 인구 증가 속도가 느린 수준을 유지한다면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출산율을 유지했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는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령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80세 이상 고령층이 2세 이하 유아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국 정치 지형도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왕성한 일자리 창출과 낮은 물가 등으로 공화당 강세인 선벨트(미국 남부 15개 주) 지역은 인구가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와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등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곳들은 인구가 감소했다. 미국은 10년마다 발표되는 인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거구를 확정하고 총 435명 연방 하원의원 수를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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